![[현장에서] 게임의 불꽃을 지키는 파수꾼](https://img.etnews.com/photonews/0909/090904030705_964781089_b.jpg)
게임 업계에 홍보 담당자로 입문한 후 기억하기도 힘들 만큼 수많은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 빛을 보는 게임들은 일종의 계보를 형성해가고 있다. 대박 신화를 일궈낸 작품을 주축으로 이를 변형하거나 발전시킨 유사작들이 나오고 다시 그 대세를 뒤집는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작품이 나온다.
학 창시절 어설픈 로큰롤의 계보를 그리며 열광하던 기억이 난다. 파격보다는 충격에 가까웠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엉덩이 춤부터, 이집트 피라미드에까지 그 출현이 예언됐다던 비틀즈, 연주실력도 노래실력도 아닌 심드렁함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얼터너티브 장르까지. 로큰롤 계보에는 시대적 개연성과 반짝이는 재능·열정이 맞물린 사건, 사연들로 가득했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단순히 듣는 소비자 중 한 사람에 불과했지만 이러한 로큰롤의 ‘히스토리’는 스스로 의미를 갖고 능동적으로 음악을 ‘향유’하는 원천이었다. 이는 비단 음악뿐 아니라 영화, 만화 등 다른 콘텐츠를 소비할 때도 큰 힘이 됐다.
갓 10여년을 넘긴 짧은 시간의 탓인지 유독 온라인게임은 하나의 문화 콘텐츠 이전에 상품으로서만 조명돼 그 안의 뜨거운 히스토리들이 가려진 듯한 느낌이다. 음악의 역사는 많은 사람이 존중하지만 게임 계보를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다.
게임은 돈을 벌기 위한 영악한 도구 정도로만 치부되고 있다. 이러한 편견 때문에 아직까지는 이력서의 취미란에 ‘음악감상’을 적기는 쉽지만 ‘게임’이라고 쓰는 사람은 드물다.
직접 게임 회사에서 일하면서 다른 문화 창조 집단만큼이나 게임은 뜨거운 열정과 끝도 없는 고민의 산물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게임 계보를 제대로 평가받게 하는 일도 게임 홍보 담당자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한다. 게임을 만든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자신이 선택하고 플레이하며 시간을 투자한 게임이 특별한 의미와 상징을 가질 수 있도록 패기 넘치는 히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일이다. 게임 하나하나가 가진 불꽃을 지켜주고 그 의미를 기억해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
차유선 넥슨 홍보실 eusun@nex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