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여당이 강행 처리한 미디어법을 놓고 여야가 10일 여의도를 벗어나 헌법재판소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전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권한쟁의심판 1차 공개변론에서 개정법이 의결 절차에 중대한 문제가 있어 무효라는 야당의 주장과 의결 과정의 적법함을 강조한 국회의장단과 한나라당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붙었다.
양측은 방송법 첫 표결 시도 때 의사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무산되자 국회부의장이 즉시 재투표에 부쳐 가결한 것이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겨 위법한 것인지, 일부 여당 의원들이 대리투표를 했는지를 놓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박재승 변호사 등 야당 대리인은 “국회의장단은 투표 참여 인원이 과반이 되지 않았다며 표결 불성립을 주장하지만 이는 현행법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라며 “관례라는 이름으로 이런 것을 허용하면 일사부재의 원칙은 완전히 망가진다”고 주장했다. 야당 측은 또 “네 가지 심판 대상 법안의 통과 때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리투표를 했는데도 부의장이 가결을 선포했다”며 “국회의원은 헌법상 독립된 기관으로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의 및 표결권을 행사하므로 이는 위임 또는 대리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강훈 변호사 등 국회의장단과 여당 대리인은 “부결은 과반수가 출석해 표결했는데도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한 것만을 말하므로 과반수가 출석하지 못했다면 의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며 “방송법 처리 당시 재투표가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헌재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29일 한 차례 더 변론을 열고 각종 증거를 바탕으로 심리한 뒤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민주당,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당 의원 93명은 7월 23일 방송법 등 4개 법안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으며, 민주당을 비롯한 10여명의 야당 의원들은 이날 직접 헌재를 찾아와 변론을 방청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