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틈을 메운다”

“사람과 사람, 틈을 메운다”

 “게임은 앞으로 사람들을 더욱 친밀하게 만들고 공감대를 넓히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비디오게임의 살아있는 전설인 미야모토 시게루 닌텐도 개발본부장(57)은 게임이 세대를 뛰어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그 가치가 높아진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게임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가장 큰 순기능을 커뮤니케이션에서 찾고 있다. 현재는 게임이 세대 간의 단절을 초래하는 사례가 잦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서 오히려 세대를 통합하고 정서를 교류하는 도구로 기능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미야모토 본부장은 “게임의 미래가 밝으려면 게임 개발사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사람들을 자극하는 일변도에서 벗어나 재미와 감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게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게임 개발사는 사회적 책임성을 갖고 혁신적 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아직까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크다. 미래적 관점에서 게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최근 뇌를 단련하거나 영어와 한자를 공부하고, 피트니스나 악기 연주를 즐기는 등 기능성 게임의 등장으로 인해 게임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성세대 중에는 ‘게임은 공부의 방해물’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다수다. 내가 어렸을 때 일본에서 TV 방송이 시작되고 만화잡지가 출판됐다. 주위에서는 TV와 만화에 몰두한 나를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나는 그 과정에서 만화가를 동경하게 됐고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맡은 업무에서 어린 시절에 얻은 여러 가지 경험은 의미있고, 유익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의 체험은 TV나 만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들이나 산에서 뛰놀던 기억, 친구들과의 인간관계, 보이스카우트로 활동했던 경험 등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위한 시간의 분배다. 게임이 가지는 몰입성에는 주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를 능숙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녀와 부모의 지식과 이해가 중요한 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게임이 나올 것인가. 당신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가.

 ▲우리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기며 생활의 중심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로서 게임을 개발해왔다. 게임의 양방향(인터랙티브)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은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어른과 아이가 미디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며 함께하거나, 그 시간을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서로의 공감대를 넓힌다는 긍정적 게임이 우리의 지향점이다. 한국에서도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위 뮤직(Wii Music)’은 비디오게임기인 위로 다양한 악기연주를 체험할 수 있는 음악 게임이다.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친숙한 곡들을 피아노, 바이올린, 트럼펫 등 60종류 이상의 악기로 같이 연주할 수 있다. 부모와 아이가 감성을 교류하고, 아이의 정서 발달을 도울 수도 있다. 이렇게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게임을 즐김으로써 오히려 게임을 부모와 아이, 나아가 가족 모두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주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게임이 미래의 문화콘텐츠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 시장에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게임개발회사가 사람들의 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창조적인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성 교류에 도움이 되는 도구로, 함께하는 주위 사람들까지도 즐겁게 하는 엔터테인먼트로 여겨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장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지만 양방향성은 확실히 확대되고, 상호간의 감성교류는 더욱 중요해지게 마련이다. 기존 게임의 틀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게임도 소비자의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는 도구로 정착되리라 믿는다. 개인적인 희망을 덧붙이자면, 앞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화됐으면 좋겠다.

 ※미야모토 시게루는=‘슈퍼 마리오’를 만든 게임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현대 비디오 게임의 아버지’나 ‘게임계의 스티븐 스필버그’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닌텐도에서 대표이사 전무 겸 정보개발본부장으로서 게임 개발의 선장 역할을 하고 있다.

1977년 카나자와 미술공예대학을 졸업했고 전공은 공업디자인이었다. 같은 해 닌텐도에 입사한 미야모토 본부장은 1998년 닌텐도 정보개발본부장이 됐다. 이후 미국 게임업계 공로자에게 주어지는 상인 ‘인터랙티브아츠 앤드 사이언스 학회 명예의 전당(AIAS Hall of Fame)’에 헌액됐다. 2005년 3월에는 할리우드 명성의 길을 따라 샌프란시스코 메트레온센터에 만들어진 ‘게임의 길(Walk of Game)’에서 처음으로 별(star)을 받게 됐다.

미야모토 본부장은 2006년 프랑스에서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장을 받았다. 또 같은 해 세계 게임쇼 E3에서 영화계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와 ‘위(Wii)’로 테니스 대결을 했다. 그는 또 2007년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