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 해외 신규 거래처 확보때 사기 주의보

  국내 부품업체들이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일본·중국에서 신규 거래선을 확보하는 성공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는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진출 준비나 사전조사도 없이 무분별하게 거래선을 확보하려는 중소업체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부품업체들이 일본 진출시 빈번하게 당하는 사기사례는 기술 유출이며 중국 진출에는 대금 결제 등 돈과 관련된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부품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술 정보 확보를 위해 허위 입찰을 제안하는 일본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손 떨림 보정 기능을 추가한 액추에이터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는 국내 업체 H사는 하마터면 일본 업체에 통째로 기술을 뺏길 뻔했다. 세트업체에 모듈을 공급하는 일본 1차 벤더 업체가 H사에 제품 공급을 제안했다. 일본 시장 진출을 내심 바라고 있던 H사는 제안을 수락했다. 일본 업체는 형식적으로 타 협력업체와 경쟁 입찰을 진행하야 한다며 기술 보고서 제출, 공장 실사 등을 요구했다. H사는 최선을 다해 요구조건을 수용했지만, 최종 경쟁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업체가 기술 심사를 진행하면서 기존 협력업체에 같은 기술을 개발하도록 한 사실을 알게됐다.

H사 관계자는 “기술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입찰 경쟁을 진행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면서 “해외 거래선 확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지만, 그 전에 거래할 업체가 어떤 평판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국 업체와는 돈과 관련된 문제 발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국내 대기업들도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은 중소 부품업체들이 주로 거래하는 실정이다.

카메라 모듈을 제조하는 K사는 중국 업체에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 약속했던 결제 대금이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고, 계약 내용과는 다른 조건을 내거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중국 유명 세트 업체들도 벤더나 에이전트를 통해 대부분의 부품을 조달하는데, 일부 중국 업체들은 의도적으로 대금 지불을 미루거나 잠적하는 등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

중국과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은 “과거에는 대기업들도 중국 업체에 돈을 떼이는 등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현재는 중소 부품업체들이 중국 업체들과 거래를 타진하고 있는데, 사전 조사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