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과 대만 훼미리마트 직원들이 보광훼미리마트 정보시스템본부를 방문해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한국의 ‘차세대 점포관리 시스템’을 배우러 온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본 박상신 본부장(이사)은 10년 전만 해도 벤치마킹차 일본에 견학을 가야 했던 그 때가 떠올랐다. 핵심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일본 직원들의 눈을 피해, 화면이라도 촬영해 시스템을 배우려 사진을 찍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중앙집중식 시스템 통합과 간소화에 중점=이제 입장이 뒤바뀌어 일본에서도 배우러 오는 보광훼미리마트의 ‘차세대 점포관리 시스템’은 박상신 이사가 2006년 정보시스템본부장을 맡은 이후 가장 집중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다.
보광훼미리마트는 지난해 9월 4700여 개의 점포관리 시스템을 모두 중앙집중화했다. 이 프로젝트에 의해 보광훼미리마트는 모든 점포의 재고 현황 정보와 판매 정보를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다. 4700여 점포에 소재하던 서버를 모두 없애고 통합 서버의 정보에 각 점포의 PC에서 웹 기반으로 액세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박 이사는 “이전에는 모든 데이터가 점포마다 존재하고 밤에 본사가 각 점포의 데이터들을 수집해 관리하다보니 근거 데이터에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시스템을 통합한 이후 본부와 영업사원, 각 매장 점포주가 동일한 데이터를 보고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누구든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었다.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이 “바보도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지시한 만큼, 어떤 신참 아르바이트생이 와도 금방 익혀서 사용할 수 있는 데 중점을 뒀다. 편의점에 손님이 입장해 나갈 때까지 해야 할 직원들의 멘트 순서와 시스템 흐름을 일치시킨 것이다. 기존에는 직원들이 세부 기능을 찾아 클릭해야 했던 것을, 화면을 따르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업무로 이어지도록 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기프트콘도 간단한 바코드 스캔을 통해 즉시 인식하도록 하는 등 업무를 간소화하는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의 간소화와 중앙집중화는 점포 데이터의 중앙화 이전부터 이뤄졌다. 박 이사가 2006년 정보시스템본부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통합’을 강력히 추진한 것이다. 각지 물류센터에 소재한 시스템을 모두 없애고 본사에서 중앙 관리하도록 한 것도 그 중 하나다. 박 이사는 “각 물류센터에 소재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중앙에서 관리하면서 모든 센터의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고 간단한 작업만으로 새로운 물류센터를 관리할 수 있게 돼 인력 효율도 3배 이상 높였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무선 환경에서 재고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발주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프로세스는 간소화하면서 매출은 높일 수 있는 발주 기능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학원가, 시내 등 점포가 위치한 특성에 따라 각 점포별로 적합한 발주량을 각각 자동으로 권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 시스템 개발을 위해 일부 점포를 선정하고 점주별로 직접 판매 예측한 데이터들에 대한 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데이터들을 분석해 향후 각 점포별 특색에 맞게 제품 구성을 달리하면서도 간편히 발주를 진행할 수 있는 발주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이후 ‘안정성’ 강화 주력=차세대 점포관리 시스템으로 교체하면서 모든 시스템을 중앙 관리하도록 하고 안정성까지 동시에 추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모든 시스템을 웹 기반으로 전환시켰지만 안정성을 위해 판매시점관리(POS) 관련 장비만큼은 CS 환경으로 개발했다.
차세대 점포관리 시스템 가동 이후 시스템 장애는 크게 줄어들었다. 3년 전만 해도 일일 평균 300건이 걸려오던 시스템 장애 문의가 현재는 100건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박 이사는 “시스템 안정화를 염두에 두고 시스템 개발 당시 고급 인력으로만 팀을 꾸려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도록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확산에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무장애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중화 시스템을 갖춰 어떤 상황에서도 데이터 손실없이 업무가 연속되도록 할 계획이다. 박 이사는 “2012년이면 두 개의 데이터센터를 갖춰 모든 시스템의 이중화를 완료하고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 메인 시스템이 소재한 구로동 소재 데이터센터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제2 데이터센터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이 중단되고 데이터가 손실되기 전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한다는 차원이다. 안정성 강화를 위해 시스템 모니터링 체계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며, 이를 위한 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IT 역량 강화하고 개발 원칙 수립=보광훼미리마트의 정보시스템본부에는 올해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IT 경쟁력 향상에 쏟아왔던 힘을 IT 인력의 역량 강화에도 기울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회사가 해주는 교육은 세미나 참석에 그쳤고 심지어 개인 역량 강화는 스스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회사 차원에서 인력 역량 강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초 IT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교육 커리큘럼을 짰다. 팀 단위로 3개월 간 신기술에 대해 공부도 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직원들 앞에서 학습한 내용을 발표하도록 해 학습의 전파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또 그간 없던 ‘정보화 운영원칙’도 새로이 세웠다. 14개 세부과제로 구성되는 4개의 운영원칙은 IT 개발과 운영에 관련된 정보시스템본부의 철학과 원칙을 담고 있다. 전체 회의 때마다 이 14개 세부과제를 함께 외친 후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개발 요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올해부터 서비스 요청 시스템도 도입한다. IT 개발 요청 창구를 일원화 한 후 담당 직원이 모든 요청을 목록화하고 시스템으로 관리하면서 담당자에 배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모든 요청이 문서화돼 관리되고 IT 담당자들의 업무도 보다 체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업무 환경 강화 방안도 적극 고민하고 있다.
박 이사는 일본의 선진화된 유통 관리 시스템을 어깨너머로 배워야 했던 한국이지만 이젠 한국 유통 사업이 전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IT를 계속 발전시켜 일본 등 선진국을 막론하고 해외에서 앞다퉈 배워가는 시스템을 마련해 자부심을 높이는 것”이 박 이사의 비전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