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2.0시대] <3부-2>해외 진출, 길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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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진출 중점 국가를 선정해 국가 간 장기 프로젝트 협약을 맺었으면 좋겠다. 그 나라의 국가정보화 사업을 우리나라 기업이 전담해 수행하고, 비용은 자원개발권 등으로 정부가 조율해 대신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를 국내 타 산업과 연계해 수익을 만든 뒤 주 사업자인 IT서비스 업체와 소프트웨어 업체에 돌려주는 식으로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달라.”

 김인 삼성SDS 사장이 지난해 행정안전부 장관 IT업계 간담회에서 제안한 내용이다. 정부가 해외 수출을 돕겠다고 밝힌 데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최근 들어 부쩍 SW산업의 해외 진출을 강조한다. 특히 전자정부는 대기업들이 10여년간 국내에서 충분히 매출을 올렸으니, 이제는 외화를 벌어올 때가 됐다며 압력 아닌 압력도 넣을 정도다.

 대기업 IT서비스 업체들은 이를 반영하듯 올해 매출 가운데 최고 20%까지 해외에서 벌어들이겠다고 화답했다. 삼성SDS는 최근 5000억원대 쿠웨이트 유정시설 보안시스템 구축사업 수주로 보란듯이 정부의 요구에 부응했다.

 하지만 SW업계가 느끼는 정부의 해외진출 지원정책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차갑다. 관심은 부쩍 높아졌지만, 옛날 방식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불만이 여전하다. 지원책 구호는 요란하지만, 실제로 부딪히면 기업 스스로 모두 알아서 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특히 글로벌 인지도가 낮은 중소 SW기업일수록 수출은 ‘딴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실제 지난해 4700억원대 수출을 달성한 삼성SDS도 아직 수출 비즈니스는 초보단계다. 글로벌 영업망은커녕 시장조사도 꼼꼼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해외 입찰정보도 해외 계열사 주재원이나 지인들에 의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쩌다 해외 발주자가 브랜드를 보고 먼저 연락해오는 ‘천수답식 비즈니스’도 종종 일어난다.

 김인 사장이 ‘국가 간 장기 프로젝트’라는 아이디어를 정부 당국에 제안한 것도 어찌 보면 이런 배경 때문이다. 글로벌 비즈니스가 화두로 떠오른 SW 2.0시대에 맞춰 정부 수출지원책 역시 진일보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최근 들어 정부의 지원책도 크게 바뀌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달 KOTRA와 무역협회를 SW수출 지원부대로 전면 배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외 네트워크와 수출경험이 많은 이들 조직을 통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다. KOTRA 64개 해외무역관, 무역협회의 7개 해외지부를 활용하면 단번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SW업계 한 사장은 “다국적 SW기업의 경우 해외지사를 통해 한국기업보다 훨씬 빠른 시장정보는 물론이고 빠짐없는 입찰정보를 체크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활용한다”며 “해외지사가 전무한 중소 SW업체가 KOTRA나 무역협회 등을 통해 초보적인 수준의 입찰정보만 받을 수 있어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시스템이 성과를 거두려면 SW기업 밀착 지원을 위한 조직을 새로 갖추고, 다양한 지원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힘을 기울이고 있는 u시티 민·관 합동 해외 로드쇼도 공격적인 수출 지원전략으로 꼽힌다. 아직 한국의 SW업체가 생소한 세계 각국의 고객을 직접 찾아가, 홍보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출효자 품목으로 부상한 게임 산업처럼 국제 박람회에 민·관 공동관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한다. 게임업계는 2000년대 초반 E3·도쿄게임쇼 등 국제 게임쇼에 정부가 지원한 한국관을 발판으로 세계 각국의 바이어와 접촉하는 기회를 가졌다.

 기업 간 수출협력 모임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일경영자협의회, 한·미경영자협의회 등 이미 자생적으로 결성된 모임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업종별, 대·중소 수출 상생협의체 등 다양한 협력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경부가 올해부터 지원하는 중소SW전문포럼 등을 발전시켜 해외 동반진출과 같은 성공모델도 만들 수 있을 전망이다.

 대·중소 상생협의체 형태의 선단식 수출을 위해 행안부·외교부 등 정부가 먼저 길을 뚫어줘야 한다는 것도 업계의 한결같은 제안이다.

 IT서비스업체 한 임원은 “선단식 수출이 가장 유력한 분야는 대규모 전자정부 수출 프로젝트”라며 “행안부가 지난해부터 몇몇 국가에 구축한 IT협력위원회와 같은 상시 협력 네트워크를 정부가 앞장서 만들어 주면 민간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