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소프트웨어, 성장 비결은 ‘자유로움’

 팀장과 팀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팀장과 팀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지난 4월 애플 앱스토어 최초로 모바일 브라우저가 등록됐다. 앱스토어에 등록이 된 직후 다운로드가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인기 순위 1위 애플리케이션으로 등극했다. ‘오페라미니’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였다. 일반인에게 생소했던 ‘오페라’ 브라우저는 기업간(B2B) 시장에서 이미 유명세를 떨쳤다. 이 브라우저는 삼성전자, 노키아 스마트폰을 비롯해 게임기, 타블렛 등 다양한 모바일기기에 내장되면서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26%로 선두를 지속하고 있다. 데스크톱PC용 브라우저(오페라) 사용자 6000만명, 모바일 브라우저(오페라모바일, 오페라미니) 고객 6000만명 등 현재 총 1억200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오페라를 사용 중이다. 브라우저 시장에서는 글로벌 스타급인 오페라. 정작 개발사인 오페라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설립 후 16년간 줄기차게 ‘브라우저’ 하나만 붙들고 사는 ‘한 우물’ 기업이라는 정도 외에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정체 모를 회사가 있는 노르웨이 오슬로를 찾았다.

 

오슬로 시내에 작은 건물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 나지막한 건물에 4개 층을 사용하는 오페라소프트웨어에 들어섰을 때는 한산했다. 몇몇 직원들이 안내데스크에서 얘기를 나눌 뿐, 기대했던 ‘활기찬 출근길’은 볼 수 없었다. 제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직원들은 그리 많지 않다.하루 근무시간 8시간을 자유롭게 나눠서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좁은 골목길처럼 이어진 사무실 복도를 걸어가면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과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가량 얘기를 했다. 갑작스러운 질문 공세에도 이들은 한결같이 자연스럽게 본인 업무를 설명하고 대답도 막힘이 없다. 책상에 걸터앉거나 고무공(일명 요가공)에 앉거나 근무 태도도 자기들 맘대로다. 디자인팀들은 사무실에 놓인 축구 오락기에서 게임을 하기도 한다.

많지 않은 직원들을 대충 봐도 인종들이 다채롭다. 오페라소프트웨어는 진정한 다국적 군단이다. 300명에 불과한 본사 직원들의 국적이 55개국이다. 5명 단위로 태어난 국가가 다른 셈이다. 창업자인 욘 본 테츠너 전CEO(현 고문)의 국적도 오페라 내부에서는 유일한 아이슬랜드로 소수민족에 속한다. 인종차별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별이나 나이 차이 등은 관심조차 없다.

욘 본 테츠너 고문은 “애초부터 글로벌 기업을 구상하고 직원을 뽑은 탓”이라며 “다양한 문화 차이가 자연스러운 의견 교환과 존중으로 이어지며 브라우저 개발은 물론 마케팅 등에도 반영되는 등 이 같은 ‘자유(freedom)’가 오페라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11시 반쯤 되니 점심 식사가 시작됐다. 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한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점심 한끼 값을 내면 한 달 동안 따뜻한 식사가 제공된다. 살인적인 물가를 가진 노르웨이에서는 흔치않은 일이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직원에 맞게 매일 식단이 달라진다. 국가별로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자국 음식을 만든다. 이를 반영하듯 식당 벽면에 관련 사진들이 걸려있다. 유일한 아이슬랜드 국민인 고문은 혼자서 요리하는 사진도 찾아볼 수 있다.

점심을 같이하던 직원은 “오페라 연봉 수준은 절대 최상급은 아니지만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많은 우수 개발자들이 취업을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사무실 복도 벽면이나 커피 자판기에 붙어있는 그날의 월드컵 중계를 알리는 포스터가 눈에 띈다. 언제 상영하니 알아서 응원을 하던 시청을 하라는 것이다. 점심 시간이 거의 끝날 무렵 식당 뒤쪽에 설치된 TV에서 네덜란드와 덴마크 축구 중계가 시작됐다. 10여 명의 직원들이 둘러앉아 소리를 질렀다. 네덜란드 국가대표 축구복을 입은 직원은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화장실을 마주보고 오페라 창업자와 현 대표 방이 나란히 있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듯해서 홍보 직원에게 물어보니 “직원들이 ‘화장실을 오가다 자주 들리라는 뜻’에서 배치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국내 직장인들에게 사장실 문턱까지가 ‘십리길’인 것과 비교해 볼만하다. 화장실 근처에 대표방이 있다는 것, 눈여겨볼 대목이다.

창업자의 방은 책상·작은 테이블, 책장을 빼면 볼거리도 없다. 방 크기는 성인 남자가 집기를 피해 겨우 빠져나올 정도다. 방문에는 명함 한 장 달랑 붙어있다. 화려한 명폐 따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책상이나 PC 등은 일반 직원과 같다.

퇴근 시간 무렵에는 직원들이 거의 자리를 비웠다. 상사 눈치 볼 것없이 ‘알아서’ 퇴근한 것이다.

300명 남짓한 직원들이 제때 출근도 하지않고 일찍 점심을 먹는데다가 근무 시간 중에 월드컵을 시청한다. 집이 좀 멀면 일찍 퇴근한다. 윗사람 의견이 뭐든 자기 생각을 언제든지 얘기한다.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자기 멋대로 일을 한다. 직원 300명의 SW기업이 글로벌 최강기업으로 살아남는 이유다. 책상은 잡동사니로 지저분해도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는다. 사무실 인테리어도 본인 맘이다. 복장은 아예 규정조차 없다.

오페라는 ‘퇴근하기 싫은 회사’로 이름이 알려졌다. 하지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는 다른 색을 지녔다. 겉치레나 꾸밈은 거의 찾기 힘들다.

국내 기업들은 이런 회사를 속칭 ‘당나라 군대’로 부른다. 동질성이 없지만, 모두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회사. 노르웨이 오슬로의 300명 회사가 세계 모바일 시장을 주름잡는 이유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세계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 1위를 고수하고있다. 현재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공룡 기업보다 빠른 브라우저를 만들어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 기업으로까지 거론된다. ‘경쟁력’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회사다.

오슬로(노르웨이)=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