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폰` 명성 블랙베리, `뒷방 신세` 전락?

`엣지폰` 명성 블랙베리, `뒷방 신세` 전락?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손에서 놓지 않아 `오바마폰`으로 불리며 최고의 `엣지폰`으로 군림했던 스마트폰 `블랙베리`가 쟁쟁한 경쟁자들을 맞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중시하는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에서 밀리며 나타난 현상이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기업은 도태된다는 명제가 다시금 입증됐다.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각) “블랙베리 제조사 리서치인모션(RIM)의 미래가 황량하다”며 “미국 기업시장의 강자 RIM의 명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조사결과를 인용해 미국 시장에서 RIM의 점유율이 지난해 1분기 55%에서 올 1분기 41%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반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합한 점유율은 같은 기간 23%에서 49%까지 치고 올라왔다. 전 세계적으로도 전체 휴대폰 시장이 1분기에 17.3% 성장했지만 RIM의 점유율은 20.6%에서 19.4%로 낮아졌다.

이런 결과는 RIM이 그간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던 기업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비롯됐다. RIM의 텃밭을 경쟁자들이 속속 점령하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포천 100대 기업 중 80% 이상이 `아이폰`을 도입했거나 시험 사용 중이다. 또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역시 기업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는 블랙베리의 기능 한계에서 비롯됐다. 블랙베리의 경우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메일을 전달하는 기능이 특화돼 있다. 이와 비교해 안드로이드와 애플 스마트폰은 이메일을 잘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앱스토어를 통해 소비자에 특화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이용하는 과정도 보다 이용자 친화적이다. 아이폰은 블랙베리보다 30배 이상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블랙베리는 악재도 겹쳤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포함한 중동 각국에서 블랙베리가 정보 검열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사용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지난 2008년 뭄바이 폭탄테러에 블랙베리 메신저가 이용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과 구글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의 지배력은 이들이 사실상 표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IT기업들은 이런 전쟁터에서 패배하면 극심한 수익 하락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