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탄생 90주년]2010 TV를 말하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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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탄생 90주년]2010 TV를 말하다(중)

<중>일본 기업 부활을 꿈꾼다.



요즘 일본 전자회사에서는 소위 잘 나가는 한국기업 배우기가 한창이다. 특히 글로벌 TV 시장 4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는 단골 소재다. 전체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삼성의 성공요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고, 참석자 간 토론이 이어지는 광경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에는 1등에 대한 부러움과 1등의 자리를 내준 자의 반성과 후회가 공존한다.

지난 30여년 간 TV 시장에서 늘 1위를 지켰던 소니는 근래 들어 설욕을 벼르는 모습이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부분적 변신이 아닌, 전면 혁신을 택했다. `소니를 버려야, 소니를 얻는다`라는 말을 떠올릴 정도다.

여기에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위기감이 존재한다.

`1560만대, 10%`

2009년 회계연도(2009년4월∼2010년 3월)에 소니가 거둔 LCD TV 부문 성적표다. LCD TV 판매량은 전년도 1520만대보다 늘었지만, 시장점유율은 4% 포인트 하락했다.

위기감을 느낀 소니는 부랴부랴 세계 최대 EMS 기업인 대만 폭스콘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멕시코 티구아나와 슬로바키아에 위치한 니트라 등 TV 공장 2곳의 지분 90%를 넘겼다. 아웃소싱을 통한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 `폐쇄적 표준화`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일본, 특히 소니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올 4∼6월(FY 1Q) 소니의 TV 실적 개선이 말해준다. 소니는 이 기간동안 510만대의 LCD TV를 판매하면서 LG전자와 삼성전자에 존재를 재각인시켰다.

소니는 과거와 달리 윈윈을 위한 제휴도 적극적이다.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스마트폰에 진출한 세계 최대 검색엔진 기업 구글과 손잡고 인터넷TV를 개발 중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과 함께 3DTV 시대를 맞아 소니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브라비아 3DTV(LX900시리즈)를 앞세워 삼성전자에 내준 글로벌 넘버원 자리를 재탈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단기 목표는 수익성 확보고, 중기 목표는 시장을 리딩하는 포지션에 오르는 것”이라는 하워드 스트링어 회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베어 난다. 소니는 가구의 느낌을 자아내는 모노리틱(Monolithic Design) 디자인의 3DTV와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통해 중단기적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20%를 목표로 설정했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세계시장 점유율 18.2%를 뛰어넘는 수치다.

최근 롯데백화점 등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한 한국에서의 분위기도 좋다.

오쿠라 키쿠오 소니코리아 마케팅본부장은 “소니의 3DTV는 화질 측면에서 경쟁사에 비해 뛰어나다”면서 “벌써부터 고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밝혔다. 소니 3DTV는 지난 6월 초 일본을 시작으로 세계 최대 TV 시장인 미국에도 출시하면서 기술력 마케팅에 올인하고 있다.

적게는 5년, 길게는 10년 후를 내다보고 공을 들이는 중남미 프로젝트 역시 흥미롭다.

브라질·볼리비아 등 중남미 시장에서는 아예 일본의 독자 디지털방송 표준인 ISDB-T 채택을 통해 게임의 법칙을 바꿔나가는 모습이다. 최용원 대우디스플레이 연구소장은 “국가별 방식에 맞춘 TV를 개발, 수출하기 때문에 당장 국내 TV업체들의 수출에는 큰 영향은 없겠지만,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ISDB-T 방식을 채택한 국가는 일본과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칠레·코스타리카·에콰도르·파라과이·페루·베네수엘라·필리핀·볼리비아 11개국이다.

이제 스마트TV와 3DTV, 그리고 세계적인 디지털 방송 전환은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예고한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