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도는 이명박 정부의 IT·과학기술 정책, `아직도 첫 걸음마`

`철저한 현장 · 실천주의자, 2년 6개월 동안 지구 12바퀴를 돌다.`

25일이면 임기의 꼭 절반, 반환점을 돌게 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그간의 행보를 청와대는 이렇게 평가했다. 총 1902회(일 평균 2회), 이동거리만도 47만5133㎞(일평균 521㎞)로 참여정부, 국민의정부와 비교표까지 만들어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고 밝혔다. 친서민 중도실용, 경제를 살리기 위한 민생현장 방문과 국격을 높이기 위한 자원 · 경제 외교가 남달랐기 때문이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IT · 과기 컨트롤타워 부재는 `핵심적 오류`=이 같은 자평을 접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왠지 씁쓸하다. 현장의 흐름에 맞고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얼마나 내놓았는지는 회의적이다. 정보통신부 · 과학기술부 해체로 컨트롤타워를 상실해 지난 2년 반여 동안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해 온 정보기술(IT) · 과학기술계의 평가는 더욱 더 냉랭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는 불통 구조에 기억에 남는 어젠다나 정책조차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자신문이 작년 9월과 지난 2월 각각 IT 종사자 1000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이명박정부의 IT 정책 평가 설문조사`에 드러났듯, 컨트롤타워 부재는 새 먹거리 정책의 부재 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 문제, 중소기업의 기반 약화 등으로 이어져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주된 원인이 됐다. <본지 2009년 9월 22일자, 2010년 2월 25일자 참조>

◇국과위 상설화, MB정부 IT 어젠다 마련해야=23일 국회에서 진행된 이주호 교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흡사 이명박정부의 과기 · IT 정책 국정감사였다. 과학기술부를 없애고 교육인적자원부와 통합하면서 사실상 컨트롤타워를 없앤 것, 국가 R&D 혁신을 진두지휘할 과학기술혁신본부를 해체한 것, 출연연들을 정확한 명분과 방향도 없이 구조조정으로 내몬 것, 미래 성장동력 준비를 등한시한 것 등에 대한 비판을 여야 의원 구분 없이 쏟아냈다. 이 후보자가 인수위 시절부터 교육 · 과학 정책 수립과 부처 통합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것에 대한 책임론이었다.

교과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서상기 의원은 “교육과 과학을 합친 데 대한 부작용이 너무 많은 게 주지의 사실인데 문제를 해결할 복안도 없고 실천된 것도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박영아 의원(한나라당)은 “교과부 통합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못 박았다.

민경찬 과실련 대표는 “지금이라도 국과위 상설화 등 거버넌스 체제 개편을 위한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명희 청와대 미래전략기획관은 “출연연들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과기 거버넌스 개편까지 낮은 자세로 정말 현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해답을 내놓겠다”고 했다. 오해석 청와대 IT특보는 “e코리아, u코리아로 이어져 온 전 정부의 IT 어젠다처럼 이명박 정부를 대표하는 IT 어젠다와 전략을 조만간 구체화해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