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을 `녹색의 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
반세기전만 해도 극빈국에 속했던 한국이 6 · 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자 세계는 `기적`이라는 단어를 붙여 칭송했다. 우리나라는 투철한 기술 축적과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반도체 · 자동차 · 중화학 · 조선 · 철강 등의 분야에서 연신 세계 최강자로 도약하면서 신흥 경제 강국 대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기존의 선진국 추격형 국가발전 전략이 한계를 드러냈다. 선진국을 따라가는 발전모델로는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구촌을 관통하는 슈퍼 메가트렌드가 등장했다. 급속한 화석에너지 고갈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심화`가 바로 그것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절체절명의 인류문명사적 위기를 극복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이 절실했다.
미래의 국가적 먹거리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성장엔진은 무엇일까. 바로 녹색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녹색산업 육성이다.
`녹색성장(Green growth)`은 우리나라만의 화두가 아니다. 전 세계를 움직이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 지구촌 전체가 이미 치열한 `녹색전쟁`에 돌입했다. 녹색기술 · 산업 선점을 통해 경제적 과실을 먼저 따내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불꽃을 내뿜고 있다. 총 칼 없는 전 방위 전쟁이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건국 60주년인 2008년 8월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천명하고, 녹색기술의 신성장동력화, 녹색일자리 창출, 기업의 녹색경쟁력 강화 등 범정부 차원의 녹색정책 개발 및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색산업에 대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 제도가 바로 `녹색인증제`다. “오는 2050년까지 세계 5대 녹색강국에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장기비전도 세웠다.
산업혁명이 유럽을 기점으로 서구 국가들이 세계 패권을 잡는 쪽으로 연결됐다면, 녹색혁명은 우리나라가 먼저 주도해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만큼 세계 각국의 레이스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먼저 `녹색선진국` 독일의 경우 이미 10년 전부터 `재생가능 에너지법`을 제정하는가 하면 녹색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재생에너지 생산 및 녹색일자리 창출 부문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전체 전기생산량의 4%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그 비율이 16%를 차지한다. 또한 2001년에 도입한 `이산화탄소 감축 건물 개보수 프로그램`을 통해 난방비 절감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독일의 강력한 녹색 정책은 관련 산업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2030년까지 독일의 자동차 산업과 기계 산업이 연평균 각각 3%와 2% 성장에 머무르는 반면, 환경 관련 산업은 연평균 성장세가 8%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역시 30년 전부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으나 1990년대 유가하락으로 투자열기가 식으면서 녹색산업 전반이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시절 때부터 “향후 10년간 그린에너지 분야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해 신규 일자리 500만개를 창출 하겠다”고 공언한 것처럼 수년 전부터 녹색성장에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미국 정부는 `경기회복 및 재투자법`을 통해 총 7870억 달러의 투자 규모를 결정하면서 이중 10%가 청정에너지 분야에 투입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해 전체 에너지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25%로 확대할 계획이며, 고효율 주택(그린 홈) 100만 가구 건설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다른 나라에 앞서 `저탄소 사회` 실현을 국가운영의 핵심 목표로 정했다. 2007년 5월 아베 당시 총리가 저탄소 사회 구축을 목표로 `쿨어스 50(Cool Earth 50)` 전략을 발표했는가 하면, 2008년 6월 환경성은 `클린 아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아시아의 저탄소, 저공해 사회 실현 방법을 제시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보다 60~80% 삭감한다는 `후쿠다 비전`도 내놓았다. 일본은 특히 태양광 · 연료전지 · 하이브리드카 등 21개 핵심 탄소저감 기술을 선정하고 2050년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기술개발 로드맵도 마련했다.
중국은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등 심상찮은 녹색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눈길을 받지 못했으나 지금은 풍력발전, 태양전지 등의 분야에서 활약상이 눈부시다. 중국은 2007년 신재생에너지 분야 연구 · 개발(R&D)에 100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독일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이다. 중국 정부는 2050년까지 경제 분야 탄소의존도를 40~50% 정도 줄이고 2020년까지 전기생산량의 8%를 풍력 · 태양 · 바이오매스 분야가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녹색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더 이상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며,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야 할 전쟁이다.
이 같은 녹색전쟁에서 우리나라가 뒤쳐진다면 당장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지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 등 선진국은 이미 온실가스 규제를 무역장벽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세계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하게 될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선점하는 기회도 줄어들게 된다.
경제성장과 환경보호 두 마리 토끼를 얻을 수 있는 녹색성장은 산업 전반과 교통 · 문화 · 교육 · 복지 등 사회 전 부문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오는 11월 서울에서는 역사적인 20개 주요선진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에너지 및 자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G20을 넘어 진정한 G10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녹색`을 기반으로 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선진국 추격형 발전모델을 벗어나 선도형 국가발전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 시점에서 녹색기술 부문 경쟁력 강화는 더욱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녹색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과 기반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녹색기술과 연관성이 높은 정보기술(IT)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라 있다.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인재, 그리고 뛰어난 제조업 능력도 든든한 토양이 된다. 우리 정부와 기업, 그리고 온 국민이 삼위일체가 되어 글로벌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는 녹색전쟁에 임할 때, 우리나라는 다시 한 번 `21세기판 한강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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