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G-V2X, 자율주행 고속道 돼야

정부가 차량사물통신(V2X)용 주파수를 직전 표준인 LTE(롱텀에볼루션)에서 5G(5세대) 기반으로 넘어가기 위한 본격 실행에 나섰다고 한다. 벌써 이뤄졌어야 할 작업이 수년째 공회전 하다 이제라도, 인공지능(AI)·자율주행 고속도로 구축이란 목표를 향해 진일보했다는 측면에서 환영한다.

교통의 개념과 자동차 움직임을 획기적으로 뒤바꿀 이번 조치가 차세대지능형교통체계(C-ITS) 구축을 넘어 우리나라 자율주행 산업 육성에 불을 지필 확실한 변곡점이 돼야한다는 점엔 아마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V2X 기반 교통 혁신에 극심한 정체를 겪었다. 2014년 세계 최초 수준으로 실증에 나섰음에도 표준을 둘러싼 부처 간 주도권 싸움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뒤늦게 LTE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시범사업에 그쳤고 글로벌 트렌드는 저만치 앞서갔다. 다행히 5G 기반으로 주파수 대역을 2배 이상 확대 분배할 수 있게 됨으로써 답보 상태에 머물던 자율주행 정책을 일신할 동력을 얻었다.

5G-V2X로의 진화는 자율주행의 차원을 바꾸는 기술적 도약이다. 5G의 초고속·초저지연 특성은 주변 도로 상황과 보행자 정보를 LTE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차량에 전달한다. 센서와 카메라 등 차량 자체에만 의존하던 자율주행 시스템에 5G-V2X 인프라가 결합되면 안전성과 효율성이 최소 1.5배 이상 향상된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지금 글로벌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거대한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며 무서운 속도로 앞서나가고 있다. 테슬라 등 미국 기업은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정부 지원 아래 인프라와 차량을 결합한 상용화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우리가 이 격차를 좁히고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쥐려면 이번 5G 주파수 확보를 발판 삼아 관련 국내 기술을 속도감 있게 진작시켜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을 지능형 교통 인프라에 이식한다면, 미·중을 뛰어넘는 고품질의 자율주행 생태계를 조기에 완성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부처 간의 이기주의나 칸막이 행정으로 국가 미래 동력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5G 기반 주파수 확보라는 큰 틀의 방향이 정해진 만큼, 관계 부처는 소모적인 신경전을 멈추고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나아가 이번 주파수 계획이 다가올 6G 시대와 근거리 위성통신의 확대까지 염두에 둔 미래지향적 설계로 이어져야할 것이다.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성패는 대한민국 도로 위에 얼마나 탄탄한 '지능형 통신 고속도로'를 닦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와 산업계의 과감한 총력전을 기대한다.

V2X 개념도
V2X 개념도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