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차기 KISA 원장 자격 요건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최근 사임한 김희정 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의 뒤를 잇는 차기 원장 공모 마감일(2일)이 사흘 가량 남았다. 원장 공모에 누가 출사표를 던졌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현재 정부 · 학계 출신의 2~3명 인사들이 예상후보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KISA 임원추천위원회가 공정한 서류 심사와 면접 심사를 거쳐서 전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후보를 차기 원장에 낙점할 것으로 믿는다.

예비 원장 후보는 사회적 덕망과 투철한 윤리 의식을 갖춰야 한다. KISA를 대표해 업무를 집행하고 500여명 달하는 직원을 총괄하는 데 있어 기본 덕목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차기 원장의 자격 요건은 책임감이다. 김희정 전 원장이 3년의 임기 중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갑자기 자리를 옮긴 탓에 어수선해진 조직을 차기 원장은 책임지고 빠른 시일 내 재정비해야 한다.

KISA는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정보보호진흥원 · 한국인터넷진흥원 ·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 통합하면서 공식 출범했다. 지난 1년 동안 3개 기관의 물리적 통합은 나름 이뤄졌다. KISA는 3개 기관별로 운영해오던 직급 · 임금 체계를 통합 출범 1주년에 성공적으로 일원화했다.

하지만 3개 기관이 유기적 통합을 이루기엔 지난 1년이란 기간은 짧았다. 1년이라는 기간은 이질적 조직문화가 융합하기에는 부족하다. 더욱이 지금은 원장 공백기를 맞고 있다. 차기 원장에게는 조직 문화를 하나로 묶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것이 책임감이다.

강력한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KISA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오는 2012년까지 KISA 사옥을 전남 나주로 이전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본사를 이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영진과 직원사이의 이전에 대한 시각차이는 서울과 나주의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크다.

KISA는 내부적으로 사옥 나주 이전에 부정적이다. 사옥이 나주에 소재할 경우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시 민 · 관에 대한 실시간 지원 대응이 어렵고 수도권에 집중한 보안 업체의 제품 성능 테스트 지원도 녹록치 않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내면엔 진짜 다른 고민이 있다.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자녀교육 문제 · 주거 문제 등으로 적지 않은 인력들이 대거 이탈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20~30대 젊은 직원들은 언제 어느때라도 좋은 민간기업을 찾아 이직할 가능성도 높다.

KISA 내부 직원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지방으로 이전하면 KISA 인력의 50% 가량이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ETRI가 서울에서 대전으로 사옥을 이전할 때도 전체 인력의 약 25%가 그만둔 바 있다.

차기 원장은 취임 직후 이런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 분명한 입장과 확실한 리더십이 없다면 자칫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 이탈하려는 직원을 끌어안고 내려가던지, 아니면 정부 반대 속에서도 수도권에 KISA 지사를 만들던지 하는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3년이란 원장 임기는 KISA가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KISA원장을 준비하는 자는 이같은 마음의 자세를 미리 가다듬기 바란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