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줄탁동기와 아이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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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포럼] 줄탁동기와 아이폰4

10개월 전만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스마트폰의 국내 이용자는 현재 400만명에 육박한다. 2015년에는 전체 휴대폰 인구의 50%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보면 줄탁동기(啐啄同機)란 말이 떠오른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알 속에서 병아리만 껍질을 쪼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도 어미새가 쪼아주어야 알에서 더 큰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스마트폰 이용자 수가 400만을 넘어선 지금 과거를 돌이켜보면 아이폰 도입 이전까지 국내 IT산업은 마치 알 속의 병아리처럼 성장의 벽을 깨지 못한 정체상황에 있었다.

2009년까지 국내 IT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을 지켜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라파고스 위기`로 일컬어지는 시장의 폐쇄성으로 성장정체 상황은 피하지 못했다. 선두사업자 중심 시장지배 구조가 고착화됐고, 이것이 국내 IT산업이 웹2.0, 스마트폰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전체 산업의 구조적 진화를 가로막은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IT산업의 긴 잠을 깨운 것은 휴대폰을 만든지 3년, 총 출시모델 수 3종, 3%도 안 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비록 두차례의 모델 개선이 있었지만 시장에 출시된 지 3년이 넘은 스마트폰에 대해 국내 IT산업은 대응력을 갖추지 못하고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세계 최고 수준의 IT국가라 할지라도 세상과 통하지 않고 알 속에 갇혀있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국내 IT산업은 알에서 나온 병아리처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기존 휴대폰 대비 2∼30배 데이터 소비량이 큰 스마트폰 이용자의 증가에 따라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를 서두르고 있고, 포털, 게임, 금융, 신문 등 인터넷과 미디어, 서비스 산업 또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모바일 홈페이지를 개발하며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키우고 있다. 최근엔 식음료품 포장, 신문, 잡지의 광고 등에도 QR코드를 넣어 전체 휴대폰 이용자의 10%도 안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2010년 2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년전에 비해 삼성이 3.3%에서 5%로, LG는 0.5%에서 1.4%로 증가했다. 아이폰이 도입될 때의 국내 IT 시장에 대한 피해 우려는 이제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는 휴대폰 산업과 모바일 인터넷으로 보다 커질 국내 인터넷 및 연관 산업의 성장에 대한 기대로 바뀌고 있다.

아이폰3GS가 국내에 충격을 가져온 도구였다면, 아이폰4는 스마트폰을 대중화하고, 생활 속에 더 깊숙이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세계시장에서 휴대폰과 같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 모바일 인터넷으로 전 산업이 스마트 혁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병아리는 알에서 나오지 않으면 새가 될 수 없다. 새로운 10년을 3개월 앞둔 지금 우리는 아이폰이 아니라 아이폰4가 가져올 변화와 기회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지구촌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만을 보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이폰4의 도입은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의 정직한 눈으로 우리 기업을 글로벌 하게 만드는 힘이며, 사용자의 생활과 기업을 양자 비약(Quantum Jump)해 새로운 세상으로 이끄는 이정표가 될 것임을 기대해 본다.

유태열 KT 경제경영연구소장 yooty@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