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이젠 오픈 소스 하드웨어 시대다

[ET단상]이젠 오픈 소스 하드웨어 시대다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오픈 하드웨어 서밋 2010에 스폰서로 참가했다. 그동안 온라인에서 발전해 온 오픈 하드웨어 운동이 마침내 오프라인으로 현실화하는 첫 모임이다. 서밋의 주제도 `오픈 하드웨어의 실현(Open Hardware in Reality)`이다. 오픈 하드웨어가 가져올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더불어 제시되는 `제품화` 방안이 가히 혁명적이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가져올 전자 산업 미래의 생태계를 조망할 수 있다.

오픈소스 하면 우린 소프트웨어로 알고 있다. 리눅스가 그 대표적인 예며, 스마트폰의 경우 안드로이드로 보면 된다. 이젠 하드웨어다. 하지만 하드웨어 소스를 어떻게 오픈한단 말인가. 특허로 보호하는 지식재산인데. 그러나 이젠 하드웨어에도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을 통한 오픈소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플랫폼이란 사용자들이 스스로 애플리케이션을 조립하고 만들어 쓰는 DIY(Do It Yourself)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마이크로 컨트롤러 기반의 개발용 툴을 일컫는다. 이러한 플랫폼 덕택에 마치 UCC처럼 UCA(User Created Application)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UCA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을 만드는가. 공급자만이 가능한가. 아니다. 사용자가 만든다. 이들을 생산적 소비자 즉 프로슈머라 정의한다. 프로슈머는 누구나 위키(Wiki)적으로 활동한다. 파워 블로거로 활동하며,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포럼을 연다. 선도적인 누군가는 오픈 소스를 지향하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는 추종자들에 의해 개선되며, 나아가 이를 상품화해 유튜브에 올리고 온라인으로 거래한다. 여기에 이 플랫폼을 활용해 제작한 UCA도 참여한다. 이러한 위키적인 비즈니스화는 웹2.0 시대의 롱 테일 경제에서 자생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엔터프라이즈로 진화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엔터프라이즈 2.0` 추세를 그대로 닮았다.

이제 반도체기업들, 특히 공급자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를 추구해 온 프로세서 벤더들은 이 같은 오픈 하드웨어 플랫폼이 가속화시키는 UCA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그들이 주도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거의 없는 것 같다. 영향력이 큰 플랫폼이 자기 프로세서를 채택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럼 어떤 것이 채택될까. 기술 경쟁력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기술은 물론이고 사상이 유니크하면 유리하다. 그리고 오픈 소스하는 거다.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하드웨어 회로도, 라이브러리는 물론이고 각종 주변장치를 다양한 레퍼런스 코드와 함께. 이들은 다시 위키적으로 개선되고 하이브리드적으로 창조되고 클론처럼 증식된다.

하드웨어 TCP/IP 칩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아듀이노의 이더넷 실드에 사용되며 여기에서 파생된 여러 특정 응용의 플랫폼에도 채택되고 있다. 기술과 사상이 유니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플랫폼을 최근 3년 동안 오픈 하드웨어 운동에 동참하는 10만명 이상의 UCA 프로슈머가 사용하고 있다. 이들이 곧 미래 전자산업 생태계의 인프라가 된다. 이들을 통해 하드웨어 TCP/IP는 인터넷 프로세스 시장에서 주도적인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윤봉 위즈네트 사장 yblee@wiz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