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디지털에이징]블록버스터 신약

2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7. 신약



화이자의 콜레스트롤 저하제 리피톨은 지난 2008년 한해 동안 136억달러어치가 판매됐다. 당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수출한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규모가 170억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의약품 시장의 부가가치는 반도체를 뛰어넘고 있다.

실제 전체 의약품 시장은 889조원으로 반도체 시장의 약 17배에 달한다. 성장률도 2013년까지 4~7%로 예상된다. 올해도 제약 시장은 4~6% 성장한 825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건강보험대상 확대로 당초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PWC에 따르면 의약품 시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로 향후에도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2020년 세계 제약산업 규모는 1조3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적인 인구고령화 추세에 따라 치매 · 중풍 · 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에 대한 치료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 따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께 고혈압 · 당뇨 · 관절염 등 만성질환이 전 세계 질병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 러시아 · 멕시코 · 인도 등 7대 신흥 제약시장은 향후 5년간 13∼16%의 고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블록버스터 시장 잡아라=의약품산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전체 시장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리피톨 하나가 화이자의 연간 매출액 436억달러 가운데 3분의 1 가량을 책임질 정도다. 사노피아벤티스의 뇌졸증치료제 `플라빅스`, 아스트라제니카의 위궤양 치료제 `넥시움` 역시 각각 85억달러와 78억달러로 전체 판매액 2위와 3위를 차지하며 해당 기업의 매출액 순위도 전체 3위와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약 개발의 중요성은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개발한 미국의 길리어드가 무명의 바이오벤처에서 단박에 연매출 50억달러의 대기업으로 도약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아직은 존재가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1위 업체라고 해도 연매출이 8000억원 수준으로 세계 최대 제약사인 미국 화이자와 비교하면 8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이 35개 정도지만 1조원을 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신약산업 영세성 극복이 과제=제약업계는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10% 이상 확보돼야 연구개발 투자의 여력이 발생하나 국내 제약업체의 순이익률은 8.3%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문제점을 영세함에 따른 연구(R&D) 투자 미흡과 함께 유통구조 취약을 꼽고 있다. 국내 10대 제약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는 평균 5% 정도로 세계 10대 제약사(17.6%)에 비해 3분의 1 수준도 안되는 실정이다. 특히 화이자가 1년에 신약 개발을 위해 76억달러(9조원)를 투자하는 것에 비해 국내 제약사의 R&D 투자를 모두 합쳐도 이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신약 개발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부가가치가 낮은 복제약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간 정부 정책이 복제약 유통에 초점을 맞춘 것도 신약산업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국내에서는 복제약의 가격이 오리지널약과 20% 밖에 차이가 안나 국내 기업이 굳이 신약 개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약사를 위해 복제약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다보니 최소 투자 금액 1조원, 연구기간 5∼10년이 걸리는 신약개발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세한 산업구조도 의약산업 성장에 걸림돌이란 지적이다. 국내에는 1000억원 이상 기업이 35개사로 이들이 전체 생산액의 66.3%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221개사의 제약업체가 있지만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은 10%에 머무는 것이다. 특히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2000억원 이상 업체들은 매출의 75.1%를 차지해 소규모 업체들은 성장률이 낮은 일반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 · 업계 함께 지혜 모아야=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아 현재의 의약품 출시 전략을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과 니치마켓 공략 두 가지로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6월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 사업`을 발표하고 10건 내외의 글로벌 신약 개발에 3개 부처 공동으로 9년간 국비 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같은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신약개발이 높은 수익을 창출하지만, 최소 3억∼10억달러의 많은 투자비와 10∼15년이란 오랜 개발기간에 비해 성공률이 5000분의 1 또는 1만분의 1로 낮기 때문이다. 정부는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 사업을 통해 최소 1조9000억원에서 최대 9조8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브릿지 전략을 추구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제약업체들이 연구개발 중인 질환별 신약은 총 159건으로 대사성질환 42건(26%), 종양 31건(19%), 중추신경계 23건(14%) 순이다. 연구단계별로는 탐색이 63건으로 약 40% 비중을 차지하며, 전임상 49건(31%), 임상1상과 임상2상 16건(10%)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기업의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보면 중점질환은 대사성질환과 종양이며 대부분 탐색과 전임상에 분포, 부가가치가 높은 3상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임상2상까지 마친 후 이를 글로벌 기업에 팔아 라이선스피와 로열티를 챙기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임상 대상자도 많고 임상기간도 긴 당뇨 · 암 등 대형 질환에 초점을 맞춰 개발하다 보니 글로벌 업체와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며 “발병률 1% 이하 투자비 500억∼1000억원 미만으로 일단 끝까지 해서 효과와 안전성이 높은 니치마켓을 중심으로 신약후보물질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특별 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김원배 기자, 이경민 기자, 이성현 기자, 황태호 기자, 대전=박희범 차장





우리나라와 선진국 R&D 투자비교

세계적인 제약회사의 매출 현황 2009년

자료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