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스포츠맨의 욕망과 정비례하는 첨단 도핑 컨트롤의 진화

KIST 도핑컨트롤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선수들로부터 체취한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선수들로부터 체취한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최근 막을 내린 2010년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보다 더 결승전 다웠던 플레이오프전은 그야말로 경기를 치르는 선수나 팬들 모두에게 명승부의 전형을 보여줬다.

엎치락 뒤치락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다 맞이한 무사 만루 찬스, 홈런 한 방이면 팀의 운명이 갈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피말리는 순간마다 좀처럼 드라마는 연출되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를 원하는 욕망은 모든 스포츠맨의 본능이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경기를 즐기는 과정만큼이나 팀의 성적이나 메달의 색깔은 중요하다.

끊임없이 약물의 힘을 빌고자 하는 유혹이 상존하는 이 곳에서 금지 약물을 적발해내는 `도핑 컨트롤`의 기술도 갈수록 첨단화하는 추세다.

◇약물 투입 외에 다양한 도핑 방식=스포츠 경기에서 `한 방`의 위력은 대단하다. 축구 경기의 결승골, 야구 경기의 역전 홈런포, 농구 경기가 끝나는 순간 승부를 뒤집는 `버저 비터` 등.

모두 순간적인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행위다.

원래 `도프(dope)`는 경주마에게 투여하는 약물을 지칭하는 용어로, 운동경기에서 선수에게 산소운반증가제, 흥분제, 근육증가제 등 약물을 먹이거나 `수혈` 등 이학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핑이 가장 많이 적발된다는 보디빌딩의 경우도 선수들은 근육을 증가시키기 위해 약물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단순히 약물을 복용하는 것 외에도 도핑의 수법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블러드 도핑(blood doping)`의 경우 미리 혈액을 뽑아두었다가 다시 수혈하는 방식으로 산소 공급량을 증가시킨다. 소변을 미리 받아뒀다가 특정한 성분을 주입해 약물을 찾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도 자주 시도된다.

◇벤 존슨 부정 밝혀낸 KIST 도핑 컨트롤센터=이처럼 지능화되는 도핑을 가려내기 위해 전 세계 31개국에 34개의 국제공인도핑테스트 기관이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내 도핑컨트롤센터가 지난 1985년 운영에 들어갔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9.79초라는 믿을 수 없는 기록으로 남자 100m 우승을 차지한 캐나다의 벤 존슨의 약물 복용 사실을 밝혀낸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이 선수들의 혈액이나 소변 등 시료를 체취해 KIST에 테스트 비용을 내고 도핑을 의뢰하는 형식이다.

국제공인시험기관의 자격 조건은 매우 까다롭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1년에 4번 치르는 시료 분석 테스트를 거쳐 매년 인증을 받아야 한다.

◇뛰는 선수 위에 나는 기술=지난달 17일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기존 도핑테스트 항목의 일부 개정 및 추가 항목에 대해 ISO17025 인정요건 및 국가표준기법연구에 따른 인증을 받아 눈길을 끈다.

이번에 개정 또는 추가된 항목은 산소운반증강제류, 유전자조절제류, 혈액 파라미터 분석 등이다. 특히 이중에서 혈액 파라미터 분석에 대한 공식 인증으로 선수들의 혈액학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블러드도핑의 가능성을 미리 판가름할 수 있게 됐다.

센터를 이끄는 권오승 센터장은 “선수들이 경기 중이나 경기 후에 받는 인(in), 아웃오브(out of) 검사 외에 선수들이 머무는 경기장 부근에서 간단한 측정장비로 시행하는 사전검색(pre-screening)이 가능해진 것”이라며 “기존에 주로 도핑 대상이었던 메달 수상 선수 외에 도핑이 의심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도 테스트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도핑 시료 인정 분야의 확대로 KIST는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 대회에서 더 실효성이 높은 도핑 체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권 센터장은 “도핑은 공정한 경기 진행과 선수들의 건강 보호를 위한 것으로, 우리나라 도핑 체크 시료 수는 아직 20위 권이지만 기술력만큼은 10위권에 들 정도로 기술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도핑시험기관은 전세계 34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KIST 내 도핑컨트롤센터가 유일하다.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도핑시험기관은 전세계 34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KIST 내 도핑컨트롤센터가 유일하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첨단 장비를 활용해 선수들의 혈액 및 소변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첨단 장비를 활용해 선수들의 혈액 및 소변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