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ovation Leader]이건국 보험개발원 정보시스템본부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010/047251_20101022132806_047_0001.jpg)
聽(들을 청). 보험개발원 정보시스템본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한자다.
사무실 벽면 이곳저곳에 이 한자를 오려 붙여 놓은 사람은 이건국 보험개발원 정보시스템본부장이다.
들을 청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 이(耳)와 임금 왕(王), 열 십(十), 눈 목(目), 한 일(一), 마음 심(心)의 여섯 자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본부장은 이를 `임금의 귀와 열 개의 눈으로 집중해 제대로 듣고 상대방과 하나 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뜻으로 해석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대응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자는 것은 이 본부장의 생활신조기도 하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겸손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세가 모든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필수 요소라는 게 이 본부장의 생각이다. 2005년 보험사 공통 퇴직연금시스템 구축 사업 당시 많은 관계자의 협의를 이끌어내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상호 간의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IT프로젝트 성공은 귀담아 듣는 자세에서=2005년 초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이 시행되면서 보험업계에서는 보험개발원을 주축으로 퇴직연금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소시엄이 구성됐다. 당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각각 6곳이 참여했는데 이 본부장은 이 사업의 총괄(PD)을 맡았다.
100억원에 이르는 프로젝트의 규모보다 12개 보험사가 참여하고 보험개발원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프로젝트였기에 이 본부장의 책임이 더욱 막중했다. 국내에는 퇴직연금시스템 구축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일본생명에 직접 가서 벤치마킹하고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여러 회사가 참여하다 보니 불협화음이 잦고 상호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많은 공동사업이 그러하듯 다양한 이견과 도전사항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이 본부장은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의 덕분에 참여 보험사에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적용, 운영되고 있다”며 “배려와 상호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의 경험이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IT정보망과 시스템 통해 필수정보 제공=보험개발원의 주요 업무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험요율 산출을 위한 정보 제공 △보험 정보의 조사 · 연구 · 관리 △보험 통계 분석 등이다. 여기엔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IT정보망과 각종 시스템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보험정보망이다. 1992년 구축된 보험정보망은 보험업계의 공동업무를 수행하려고 구축된 온라인 서비스로, 최초 구축 이후 지속적으로 단위 서비스가 추가되고 있다. 생보 · 손보사, 유관기관 등은 보험정보망을 이용해 정보 조회와 자료교환, 전자데이터거래(EDI)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자랑하는 시스템 가운데 하나는 보험사고정보시스템(ICPS)이다. 2001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한 ICPS는 보험사기를 방지하고 보험계약 인수와 보험금 지급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이 본부장은 “ICPS는 여러 시스템 가운데 보험업계에 상당히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모든 보험사들의 사고 데이터와 보험료 지급 데이터가 저장돼 있기 때문에 보험료의 누수를 막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게 ICPS의 역할이다. ICPS는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형태로 서비스 중이다.
보험개발원은 이외에도 자동차 의무보험 미가입자를 관리하는 자동차 의무보험가입관리전산망, 실손의료보험 중복가입 확인시스템, 통계정보시스템(Insis & inTas) 등을 구축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지속적인 시스템 성능 향상에 집중=현재 이 본부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은 자동차 의무보험가입관리전산망의 재해복구(DR)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는 경기도 이천에 있는 백업센터에 자동차 의무보험을 위한 DR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 13일 현대정보기술을 주사업자로 선정했다.
자동차 의무보험가입관리전산망 시스템은 전국 시군구, 경찰청, 자동차검사소, 보험회사 등 다수의 기관과 연계돼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이 시스템이 중단되면 심각한 민원이 발생하고 행정업무의 차질을 초래한다”고 DR시스템 구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사업은 오는 12월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ICPS의 성능 향상, 공제 기관에 대한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인프라 최적화, 비용 절감 등이 요즘 이 본부장을 고민하게 하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보험개발원의 정보시스템은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안정된 운영과 IT기기의 효율적인 활용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정보통계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제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국 본부장=1986년 동아생명 전산실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1991년 보험개발원으로 자리를 옮겨 통계팀장, 감사팀장, 정보통계본부 정보기획실장, 자동차기술연구소 기획조사실장, 기획관리본부 인력관리팀장 등을 거쳐 2009년 4월부터 정보시스템본부장을 맡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