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하네다를 보는 조금은 다른 시선

지난 21일 일본 하네다(羽田)공항에서 오후 4시께 이륙해 김포공항에 6시쯤 내렸다. 그날 하네다공항이 네 번째 활주로를 새로 열어 국제공항으로 발돋움했다. 사실은, 서울에 온 뒤 22일 아침 신문을 보고서야 하네다공항이 세계를 향해 새롭게 발밑을 괴고 섰음을 알았다. 그랬을 정도로 그날 하네다는 차분했다.

일주일쯤 지났는데, 하네다와 인천공항을 비교하는 기사가 여러 신문에 거의 매일 게재됐다. 대체로 `하네다가 국제공항으로 거듭나기는 했으되 인천공항을 따라잡기에는 힘이 모자란다`는 얘기였다. 활주로와 편의시설이 좋아져 서울 · 상하이뿐이던 국제노선이 방콕 · 뉴욕 · 파리 등 15개 도시로 늘어날 테지만, 승객을 세계 140여개 도시로 연결하는 인천공항에는 미치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른바 `동북아시아 허브(hub) 공항`이 되려 꿈도 꾸지 말 것을 종용이라도 할 양으로 읽혔다. 심지어 좁은 곳에 활주로를 네 개나 만든 바람에 항공관제가 매우 복잡해져 안전이 뒤로 밀려난 것 아니냐며 은근히 비꼬는 듯한 기사도 나왔다.

워낙 격차가 크고, 관제가 복잡해졌다니 얼마간 이해할 만한 얘기(기사)기는 한데. 시선을 조금 달리하면, 하네다공항의 쓸모가 커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하네다의 `고객 편의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월등하다. 예를 들어 두 나라가 공항으로부터 도쿄나 서울로 연결하는 교통체계를 모두 갖췄으되 하네다의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여 빈틈을 메우는 힘`이 더 크다. 김포 · 인천공항은 승객을 부려놓되 `서울 등지로 알아서 찾아가라`는 느낌을 준다. 하네다공항과 김포 · 인천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버스 정류장만 살펴보아도 그 차이가 뚜렷하다. 줄서는 방법과 고객을 위한 버스 도착 · 출발 정보 제공체계가 확연히 다르다.

하네다공항이 김포 · 인천공항보다 더 비싸거나 기능이 월등한 지능형 교통관리체계를 쓴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을 뽐내는 한국의 김포 · 인천공항의 교통관리체계가 그리 허술할 리도 없겠고. 도대체 무엇이 두 나라 공항의 고객 편의 차이를 낳는 것인가. `고객을 위하는 마음`이 서로 다른 것인가.

이은용 국제팀장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