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세금계산서 쓰라더니 종이 세금 계산서 요구하는 공공기관

국토부 산하기관·지자체 종이계산서 요구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에 맞춰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 건설업체 A사.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을 독려하는 정부 정책에 맞춰 B공공기관 수주사업 건에 대해 전자세금계산서를 이메일로 발행했다. 하지만 B기관 담당자는 전자세금계산서 대신 종이계산서를 다시 요구했다. 종이계산서가 발행일을 손쉽게 조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국세청) 요구로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을 서둘렀지만, 정작 공공기관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변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자세금계산서 국세청 의무전송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종이세금계산서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30년이 넘은 세금계산서 거래관행을 비용까지 투자하며 바꿨지만,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은 뒷짐만 지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부가가치세 신고 때 법인사업자 36만9000곳 가운데 80%에 달하는 29만2000곳이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기업 참여율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부처 산하기관 가운데 전자세금계산서를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미미하다. 특히 LH공사, 수자원공사 등 국토해양부 산하기관 대부분은 건설공사에 하나같이 종이계산서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들도 대부분 종이계산서를 사용 중이다.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시스템을 마련한 건설업체들은 종이계산서를 요구하는 공공기관에 맞춰 온오프라인 세금계산서를 모두 발행 · 관리하고 있다. 내년 전자세금계산서 의무전송 전에 이런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건설업체들은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 가산세를 내야 하는 사태도 벌어질 지경이다.

공공기관이 전자세금계산서 대신 종이계산서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급기관 감사에 종이계산서로 대응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현행 감사규정에는 세금계산서 발행 후 2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공기관으로서는 날짜가 명확히 찍히는 전자세금계산서 대신 날짜를 기재하지 않은 종이세금계산서를 받아 뒀다가 차후에 날짜를 기입하는 방식으로 감사를 피해왔다.

업계는 전자세금계산서가 도입되더라도 이 같은 관행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가산세를 내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년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의무화 이후 이를 어기면 공급금액의 최고 2%까지 가산세를 물어야 한다.

전자세금계산서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건설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 기업이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해도 관공서인 발주처 담당자들이 이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전자세금계산서 정착이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부 기관을 제외하고 전자세금계산서가 잘 활용되고 있다”며 “아직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 공공기관에는 협조 공문을 발송해 조기 정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는 사업자의 종이세금계산서 이용에 따른 납세협력 비용을 줄이고 사업자 간 거래투명성 확보, 허위 세금계산서 방지를 위해 도입됐다. 법인사업자는 2011년부터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이 의무화된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