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컬처] 침으로 마약 중독 치료한다

등을 바닥에 댄 쥐(왼쪽)와 배를 바닥에 댄 쥐의 `신문혈` 위치.
등을 바닥에 댄 쥐(왼쪽)와 배를 바닥에 댄 쥐의 `신문혈` 위치.

일부 연예인들의 마약류 투입이 연일 터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마약은 그 중독성으로 시작하기는 쉽지만 끊기는 어렵다. 이러한 가운데 침으로 마약의 일종인 코카인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기옥) 최선미 박사팀과 대구한의대 양재하 교수팀은 만성 코카인 투여로 중독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침이 스트레스로 인한 코카인 흡입 재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마약류는 아편제(마취제)와 흥분제, 환각제 등으로 나뉜다. 코카인은 중남미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등이 주산지로 코카관목의 잎사귀에 들어있는 0.06~1.18%의 코카 알카로이드를 추출해서 만든 것이다. 코카인에 중독되면 각성, 심리적 행복감, 자신감 증가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지만 금단 시에는 초조, 우울 증상이 나타나고 장기 사용 시 환각과 피해망상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연구팀은 우선 코카인을 먹은 쥐에게 외부에서 육체적 쇼크를 줘서 스트레스를 받은 쥐가 스스로 코카인을 흡입하게 하도록 했다. 그 후 침 시술을 통해 이러한 코카인 자가 투여 행동 억제 효과를 관찰했다. 실험에서 침 시술에 사용된 ‘신문혈’은 불안, 놀람 등 정신 신경성 질환에 신경안정 효과 목적으로 한방 침 치료에서 사용하는 혈자리로, 손바닥 손목주름에 새끼 손가락 쪽으로 있는 두 힘줄 사이 지점에 위치해 있다.

실험 결과 신문혈 침 자극을 한 쥐에게선 침 자극을 하지 않은 쥐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코카인 자가 투여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 중독에 의해 활성화되는 대뇌 측좌핵의 신경활성 물질(c-fos·CREB)이 침 자극으로 억제 되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한의학의 대표적인 치료수단인 침술이 스트레스에 의한 뇌의 특정 부위의 신경활성을 억제해 코카인 중독재발을 막는 치료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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