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IT시대 소통만개를 위한 `진정, 나눔, 배려`

 손연기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위원/객원논설위원

 

 정보기술(IT)·문화의 발전상을 놓고 볼 때 21세기는 ‘소통만개(疏通滿開)’의 시대다. IT가 우리에게 안긴 가장 큰 선물은 ‘소통’이다.

 인터넷은 소통에서 가장 뛰어난 역할을 자랑한다. 세계 인터넷 사용자 수는 20억명, 우리나라만 해도 3700만명에 육박한다. ‘손안의 PC’를 거쳐 ‘자판 없는 인터넷’ 시대를 당기면서, 인터넷 이용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엄마·아빠라는 말보다 인터넷 이용법을 먼저 익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IT시대, 우리는 소통만개를 꿈꿨다. 만개한 소통을 기반으로 국가 자산 중 최고로 꼽히는 ‘국민공감대 형성’을 어렵지 않게 만들어갈 것이라는 꿈이었다. 지나친 낙관이었을까. 여전히 곳곳에서 소통부재를 외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다양한 역기능의 진화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소통의 근간인 ‘진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나눔과 배려’를 희구하는 정서를 외면한 탓이 아닐까.

 지난 2004년 8월 베트남을 방문했다. ‘한국·베트남 IT협력’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뛰어난 IT와 산업을 전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수혜를 받는 입장인 베트남 현지인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한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글로벌 정보격차 해소’가 그것이었다. 국가 간 IT·산업·문화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전제될 때, 비로소 우리가 어렵게 쌓아온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이 지속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 확대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문제는 받는 쪽의 마음이었다. 가진 것을 준다니 고맙기는 하지만, 자칫 갖지 못한 현실을 확인하는 것 같아서 영 불편해보였기 때문이었다.

 해법은 명료했다. ‘베풀기 위해서가 아닌, 나누기 위해’ 왔다는 진정(眞情)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백미는 한국·베트남 정보통신 관련 장관들과 IT지도자 및 전문가들이 행사장을 빼곡히 메운 메인 행사였다. 행사 머리에 한국의 발전된 IT 관련 이모저모를 담은 동영상이 상영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긴장감마저 감돌았지만 이내 해소됐다. 동영상이 상영되자마자 참석자들의 얼굴이 한껏 환해졌다. 대개 한국IT를 알리는 홍보 일색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었다.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치러진 예선에서 베트남이 한국을 괴롭혔던 경기를 중심으로, 베트남이 한국의 골 망을 뒤흔드는 장면과 베트남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나머지 프로그램은 더할 나위 없이 우호적으로 진행되었다. 베트남을 배려한 양국 간 동반자적 그림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지어준 IT플라자가 들어섰다. 베트남을 앞세운 ‘베트남-코리아 IT플라자’라는 현판을 달았다. 일본의 이름을 앞세워 건립된 ‘재팬-베트남 IT센터’와는 사뭇 달랐다.

 ‘나눔과 배려’는 소통의 시작이자, ‘진정’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더 있는 쪽에서 덜 있는 쪽에 준다’는 생각을 넘어, ‘함께 행복하기 위해 함께 나눈다’는 생각이 넘쳐날 때 비로소 ‘소통만개’는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