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웨이퍼 수급 정밀 검토…상황 따라 다변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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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웨이퍼 수급 정밀 검토…상황 따라 다변화 추진

 지진 발생 4일째를 맞아 국내 전자업체들은 일본 피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혹시라도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하나의 부품, 하나의 소재가 조달되지 않을 경우 반도체나 LCD는 물론이고 완제품까지 출하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 웨이퍼 기업 피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반도체 웨이퍼 시장에서 60% 점유율을 차지해온 신에쓰·섬코(SUMCO) 등이 모두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도 웨이퍼 소요량 50~60%를 이들 기업에 의존해왔다.

 신에쓰는 홈페이지를 통해 군마현·이바라키현·후쿠시마현에 위치한 3곳의 공장이 지진으로 인한 정전으로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밝혔다. 신에쓰는 “필요한 검사를 진행 중이며 안전성이 확보되는 대로 공장 가동을 단계별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섬코 역시 야마가타현에 위치한 웨이퍼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고 14일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섬코 역시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확인한 후 공장 가동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웨이퍼 공장이 한번 가동이 중단되면 조업을 재개해 제대로 수율이 나오기까지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 정도가 소요된다. 따라서 최소 2주, 적게는 한 달 정도 웨이퍼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 이들로부터 웨이퍼 상당 부분을 구매해온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당장은 재고가 충분히 확보돼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재고 물량이 비축돼 있는데다가 그동안 다변화를 해온 만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쿠시마현 원전 폭발 등 돌발 변수와 물류망 차질 등에 따라 장기화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장기화가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다른 공급처를 통한 제품 수급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신에쓰·섬코 등이 피해가 클 경우 이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도시바·엘피다 등 일본 기업이 더욱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특성상 원천 소재부터 패널에 이르는 한·일·대만 3국 간 공급망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최소 1주일 이상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국내 LCD 패널 업체들은 샤프와 파나소닉 등 현지 LCD 업체 공장 피해 정도가 적고 장기간 생산 차질이 빚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점에서 시황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샤프·파나소닉·NEC 등 일본 업체들이 대형(9인치 이상) LCD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매출액 기준)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패널 업체 한 관계자는 “샤프와 파나소닉 등 주요 LCD 공장이 진앙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큰 피해를 보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전체 LCD 시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LCD 부품소재 업체들의 걱정은 더 크다. 원천 소재 수급 문제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만큼 상황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필름업체 고위 관계자는 “도쿄지사를 통해 현지 피해 상황을 수소문하고는 있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해 자세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현재 확보한 재고는 양호한 수준이어서 당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겠지만, 향후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 수입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편광판 원천 소재인 TAC 필름 수급에 영향이 있을 경우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형준·양종석 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