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시스코` 소비자 부문 구조조정 착수

`길 잃은 시스코` 소비자 부문 구조조정 착수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은 이달 초 전 직원에게 통렬한 자기 반성문을 보냈다. 늦은 의사 결정과 게으른 실행력, 사업 확장에 대한 원칙 부족으로 “시스코가 길을 잃고 있어선 안 될 곳에 와 있다”며 “변화와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내용의 격정 토로였다.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가 개혁의 칼을 꺼내 들었다. 그동안 꾸준히 문제로 지적 받은 소비자 사업 부문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고 마침내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이다.

 시스코시스템스는 플립 비디오 카메라 사업을 중단한다고 12일(현지시각) 밝혔다. 플립비디오는 지난 2009년 시스코가 5억9000만달러를 들여 인수한 카메라 비즈니스.

 당시 전 세계 불어 닥친 UCC 열풍으로 개인용 비디오가 각광을 받을 것이란 예상에 거액을 들여 소비자용 카메라 사업에 진출했지만 스마트폰 열풍과 디지털 카메라의 발전 등에 가로 막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시스코는 이날 비디오 카메라 사업 중단과 함께 가정용 영상회의 사업도 기업 부문에 흡수, 통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적이 저조한 소비자 사업 부문(B2C)을 대폭 축소하고 회사의 역량을 기업 부문(B2B)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는 통신사, 공공기관, 기업 등을 주 고객으로 삼는 전통의 B2B 업체였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셋톱박스·비디오 카메라·가정용 영상회의 시스템 등 컨슈머 제품들을 의욕적으로 선보였는데, 오히려 핵심 역량이 분산되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 2월 발표된 시스코의 2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가 줄었다.

 시스코는 이번 사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직원 약 550명을 감원해야할 것으로 내다봤다. 550명은 전체 직원의 약 8%에 달하는 인력들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