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81년 4월 제11차 경제장관협의회에서 도시가스 도입을 위한 기본계획이 확정된 지 30년이 흘렀다.
본격적으로 도시가스 공급이 시작된 건 1987년 2월 수도권에서부터다.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된 도시가스 보급은 취사와 냉방을 책임지던 액화석유가스(LPG), 기름·연탄보일러를 차츰 도태시켰다.
이에 따라 한 달에 한번 가스통을 교체할 일도 기름이나 연탄을 채워 넣을 필요도 없어졌다.
그저 필요할 때 밸브를 열기만 하면 된다. 요금도 쓴 만큼 자동 계산돼 나온다. 편리함과 안전성에서 기존 연료가 따라올 수 없었다.
도시가스는 1987년 최초 보급 이후 24년 만에 전국 158개 시·군에 보급 중이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수요가구 수는 1441만개로 늘었고 공급량은 219억㎥에 달한다. 2009년 기준 보급률은 전국이 74%며 수도권이 87%로 지방권 60.4%보다는 높은 실정이다. 사업자 수만 총 33곳으로 수도권에만 7개사가 몰려있다.
2차 석유파동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난의 장기적 해결책으로 제시된 지 30년 만에 이룬 성과다.
◇도시가스는 사양 산업=도시가스는 정부의 꾸준한 보급 정책에 따라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최근들어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사양산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1987년 도시가스 공급 개시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 2002년 전국 주요도시에 보급이 완료되면서 증가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실제로 1987년에서 2002년까지 연평균 17.3%이던 증가율이 2002년에서 2009년 사이에는 5.6%로 뚝 떨어졌다. 이후 2009년 1551만톤에서 2024년 2177만톤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2.3%를 유지할 전망이다.
수도권 보급률이 이미 80%를 넘어선지 오래고 서울의 경우 97%에 달한다. 서울 내 웬만한 곳은 다 도시가스가 들어간다는 의미로 “할 수 있는 곳은 다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정부는 아직까지 도시가스 공급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도 도시가스를 공급키로 하고 업계를 독려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부터 2013년까지 37개 시·군에 도시가스를 추가 공급하고, 2016년까지 17개 시·군에 공급할 예정이지만 심드렁하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게다가 단열재의 개발로 인한 가스 사용량 축소도 도시가스 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개별난방의 경우 어지간한 추위에는 보일러를 굳이 틀지 않아도 될 정도다. 분명 국가적으로 보면 효율적이지만 도시가스 업계에는 매출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교체 주기가 20년 정도인 도시가스 배관망의 감가상각도 다 끝나간다. 배관을 교체할 시기인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부담은 커지는데 새 수요가 없어 발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를 때나 선거철이 다가오면 업계의 마음고생은 더 하다.
지자체가 물가안정 대책으로 가장 먼저 들고 나오는 것 중 하나가 도시가스 요금이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올해 택시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등을 동결하고, 상·하수도 요금 인상 시기를 하반기로 미루는 내용을 담은 ‘물가안정 관리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평소라고 다를 건 없다. 지자체에서 요금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원가의 93%가 천연가스 구입금액인 도시가스업체에게 요금 동결은 수익성 악화를 가져온다.
업계 2위인 서울도시가스의 경우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려도 순이익은 100억원 남짓이다. 이마저도 도시가스 판매에 따른 수익은 절반 정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도시가스 요금을 10년 동안 묶어놔 순이익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도시가스는 성숙기에 접어든 사양 산업”이라고 토로했다.
◇집단에너지와의 끝없는 경쟁=도시가스업계와 집단에너지의 다툼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논쟁의 핵심은 사업영역 충돌과 이에 따른 효율성 문제다.
정부의 집단에너지 보급 정책은 신도시는 물론 기존 도시가스 공급지역까지 집단에너지를 공급토록 했다. 정부의 당초 취지는 발전소의 폐열을 이용해 난방수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집단에너지가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집단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존 집단에너지 공급지역을 넘어서까지 난방열을 공급, 도시가스의 난방 수요가 줄어들 게 된 것이다.
가정용 중에서도 취사용 수요는 크지 않다. 난방처럼 지속적인 수요를 뺏긴 도시가스 업계가 발끈하는 이유다.
도시가스협회 관계자는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정부에서 지정한 고시지역의 범위를 벗어나 에너지를 공급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에너지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정책 목적과도 배치되고 설비의 비효율적인 이중투자와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비용 상승에 의한 요금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을 과중시키고 범정부적인 에너지 효율적 활용도 왜곡시키는 등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수요를 발굴하라=도시가스 업계가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 경제성 악화라는 3중고 속에서 택한 돌파구가 바로 가스냉방이다.
가스냉방은 여름철 가스 수요를 늘려 겨울철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하는 게 목적이다. 물론 여름철 냉방전력 수요 중 일부를 가스냉방으로 돌려 전력피크를 완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한국가스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가스냉방으로 인한 발전소 신설 회피효과 759억원, 전력생산원가 인하 효과 845억원으로, 전력부문 기여 효과만 1604억원에 달한다.
도시가스협회는 전체 냉방에서 가스냉방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2%에서 10%p만 높여도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에너지 수요 관리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정부에서도 지난해 3월부터 가스냉방을 설치하거나 신축 건축물에 가스냉방을 반영해 설계한 설비설계사무소에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총 33억원의 장려금을 지급했으며 올해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50억원을 예산으로 책정해 놓았다.
최재학 도시가스협회 팀장은 “가스냉방 보급으로 하절기 천연가스 사용량의 증대로 계절별 수요격차를 완화해 안정적인 수급을 확보할 수 있고 하절기 비축물량이 줄어들어 잔여물량 비축에 필요한 저장탱크 건설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가스냉방이 안정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가스냉방기기 제품을 생산·수입 판매하는 기기제조사, 도시가스사 등이 각 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