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통과되면 어떤 일이…

 청소년보호법(청보법)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 심사를 통과했다. 법사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상 문제가 남아있지만,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산업계를 비롯한 인터넷 이용자들은 포괄적 게임 규제법안의 등장에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통금제도를 연상시키는 시대착오적 ‘악법’의 탄생”이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각종 연구자료 및 학계, 청소년단체, 학부모들조차 그 실효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한 셧다운제가 도입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판단”이라며 “이번 청보법의 통과로 인해 포괄적이고 강력한 규제 정책이 인터넷과 문화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청보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거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상 4월 회기를 통과해 오는 10월이면 셧다운제가 모든 PC 온라인게임에 적용된다.

 셧다운제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개인정보의 침해 및 위헌 소송의 가능성도 높아졌다. 법률전문가들은 청보법이 위헌성이 높은 법안이라고 지속적인 이의를 제기해왔다. 강제 셧다운제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규제법안이기 때문이다. 셧다운제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정도로 합당한 규제라는 것을 입증하려면 게임과 중독의 상관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또 최소한의 규제여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과된 청보법이) 대부분의 내용이 위헌이며 잘못 만들어진 법안”이라고 못박았다. “규제 자체가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규제를 넘어서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합리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교수는 “행정부처 간 합의안 자체가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을 침해했기 때문에 해당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권한쟁의심판을 신청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보법이 부처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한탕주의’라는 의미다.

 실제로 법사위를 통과한 청보법은 게임과몰입 해소를 위해 지난해 12월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합의한 조정안이 바탕이 됐다. 청소년 보호와 게임규제에 대한 선언적 의미를 청보법에 담고, 세부 시행규칙을 게임법에 담는 등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법안은 ‘누더기’가 됐다.

 한편 모바일게임이 2년 유예됐지만, 상황은 나아진 것은 없다는 분위기다. 예외규정이 아닌 1년 6개월 뒤 중독성에 관한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1일 문방위 의결을 앞둔 새 게임법도 오픈마켓 활성화를 내세웠던 입법 의미가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구글이나 애플 등 글로벌 게임사들은 셧다운제가 도입되면, 국내에 게임 카테고리를 계속 열지 않겠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최경진 신한증권 연구원은 “셧다운제는 산업의 직접적인 피해보다 청소년의 성인 주민등록번호 도용이 늘어나는 등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더 높다”며 “국내 게임사들이 활발한 해외진출을 이뤄내며 독자적으로 키워온 산업에 규제의 칼을 들이대는 모습은 중국 정부가 미래 산업으로 게임을 비롯한 인터넷 산업을 키우겠다고 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