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온다]핵심을 놓지 않는 독일기업들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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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유망산업일지라도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핵심역량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독일 기업의 핵심역량 인식을 요약한 말이다.

 독일 기업은 상황에 따라 주요 사업부문을 매각하기도 하지만 핵심기술만큼은 절대로 남에게 넘기지 않는다. 핵심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기업의 존속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란 판단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반도체기업인 인피니언(Infineon)이다. 인피니언은 지난해 9월 미국 인텔에 무선사업부 부문을 매각했다. 무선사업부는 당시 인피니언 전체 사업의 3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곳이었다. 인피니언은 애플, 노키아 등에 무선 반도체를 공급해왔고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 무선기기의 보급 확대로 무선사업부의 모바일 칩 사업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피니언은 무선사업부 외에도 자동차 전장용 사업과 산업용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었고 세 가지 사업을 동시해 수행할 경우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자국에 연구개발(R&D)센터와 생산기지를 보유한 자동차 전장용 사업과 주력인 산업용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무선사업부를 포기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곳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선택으로 핵심역량을 놓지 않고 이를 꾸준히 강화하는 독일 기업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핵심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일 기업들의 태도는 바우하우스의 전통에서 나타난다. 바우하우스는 독일의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1919년 설립한 종합예술학교다. 바우하우스는 건축과 디자인을 주축으로 산업과 예술을 결합한 기능적 미학을 추구했고 바우하우스에서 실용적인 디자인 전통이 독일에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전통은 디자인 중요성에 독일 기업의 인식을 높이는 원동력이 됐고 그 결과 디자인으로 유명한 독일 명차들은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다

 현재 독일은 명실상부한 디자인 강국이고 디자인이란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기업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이탈리아 디자인 전문 기업 ‘지우지아로(Giugiaro)’를 인수하기도 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