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도청(盜聽)

 영국 신문 뉴스오브더월드의 휴대폰 도청 사건 피해자에 전 총리는 물론 여왕까지 포함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 신문의 왕실 출입기자가 왕실 경호 경찰의 매수 비용을 회사 측에 비용을 청구한 사실이 담긴 이메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뉴스오브더월드가 경찰 매수로 얻은 정보 중에는 기밀사항인 왕실 전화번호와 여왕 부부 여행 일정 등이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가디언은 뉴스오브더월드가 찰스 왕세자 부부의 휴대폰 음성메시지도 도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뉴스인터내셔널 계열사인 선데이타임스는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재무장관 시절 금융 및 재산 정보와 장애인 아들의 의료 기록도 빼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주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도청 사건 초기에 뉴스오브더월드의 폐간을 신속히 결정,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나섰지만 쉽게 진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영국 정부가 머독이 추진하던 영국 위성방송 B스카이B 인수 작업에 반독점 조사로 제동을 걸었다. 미국에서도 ‘해외부패방지법’에 의거, 모기업인 뉴스코프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도청 의혹으로 시끄럽다. 야당의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를 KBS 모 기자가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문의 장본인인 KBS와 해당 기자는 도청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정확한 증거를 제출하라고 반박했다.

 아직 민주당 도청 사건의 전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영국과 우리나라 유력 언론의 대응 방식은 180도 달랐다. 뉴스오브더월드의 모기업인 뉴스인터내셔널은 강도 높은 자체 조사로 진실을 밝혔지만 KBS 측은 소극적 자세를 견지했다. 특히 경찰이 압수하기 전 해당 기자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KBS에 의심의 눈초리가 집중되는 분위기다. KBS는 해당 기자가 공교롭게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모두 분실했다고 해명했다. 정보를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 기자가 가장 중요한 취재 도구인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함께 잃어버렸다는 주장은 우연치고는 너무 옹색하다.

 장동준 국제부 차장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