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온리원 부품소재를 향해] <4부-5> 차세대반도체, 정부도 함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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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리 업체들은 최근 미세공정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과 같은 불황기에는 미세전환 능력에 따라 생존마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는 20나노급 D램 양산에 돌입하면서 본격적인 20나노급 D램 시대를 열었다. 하이닉스도 올해 말에 20나노급 대열 합류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10나노급 개발과 양산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10나노대 시대도 예상된다. 그러나 10나노급부터 미세공정 전환이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업계는 다양한 신기술과 소재를 적용, 미세공정 전환을 해가겠다는 계획이지만 미세화는 갈수록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업계는 이제 눈을 돌리고 있다. 미세공정 전환 대신 차세대 신물질 반도체 개발로 타깃 방향을 바꾸고 있다. D램·플래시 등을 이을 차기 주인공을 찾는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차세대 메모리 개발은 이전과 달리 경쟁 반도체 업체와 합종연횡이 특징이다. 기술 개발이 쉽지 않은 만큼 각사의 장점을 결합, 빠른 개발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차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인공이 될 차세대 메모리 개발 현황을 알아본다.

 

 ◇다채로운 차세대 메모리=차세대 메모리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 기반 물질인 실리콘 대신 신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D램 반도체와 같은 대용량 저장 기능이나 S램과 같은 고속 작동,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플래시메모리 특성을 모두 갖는 것도 특징이다. D램이나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주요 후보군으로 △물질의 상(相) 변화를 이용하며 노어(NOR) 시장을 대체해 나갈 P램(Phase-change RAM) △자성 변화를 이용하며 고성능 대용량 D램 시장을 대체해 나갈 M램(Magnetic RAM) △저항 차이를 이용하며 대용량 낸드 시장을 대체해 나갈 Re램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밖에 전기장을 이용하는 F램(Ferroelectric Material RAM)이 있지만 대용량화가 어려워 한정적 응용 분야에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메모리는 기존 메모리들의 특성을 갖고 있지만 속도와 내구성 등에서 대등하거나 더 높은 성능을 구현한다. 모바일기기나 디지털 제품 성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권오철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메모리는 주력이 바뀌는 상황이 머지않아 올 것이며 이에 대비해 새로운 메모리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미래 시장에 대비해 한 기업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산학관 협력 모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세대 선점위한 ‘적과의 동침’=삼성전자는 최근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선두업체에다가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경쟁사와 협력하겠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에 M램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미국 벤처기업인 그란디스를 인수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론과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인 ‘하이브리드 메모리 큐브(HMC)’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HMC는 D램을 입체적으로 쌓아 자료 처리 능력을 높이는 기술로 성능 향상은 물론이고 소비전력은 70%까지 줄일 수 있는 기술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에 이어 다른 반도체 업체들과도 협력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서 이 같은 협력은 드물지 않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선발 업체들은 협력을 통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하이닉스다. 하이닉스는 지난 7월 일본 도시바와 ‘STT-M램’ 관련한 개발과 생산, 특허 등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미국 휴렛팩커드의 ‘멤리스터(Memristor)’ 기술을 적용한 Re램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이 밖에 일본 엘피다는 샤프와 공동으로 R램을 개발하고 있다.

 ◇스타트 끊은 P램=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 가장 먼저 출발점을 나선 제품은 P램이다. 지난 2004년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개발한 P램은 지난해 휴대폰에 적용되는 등 상용화도 단연 앞서있다.

 상변화를 이용하는 P램은 물질이 비결정 상태에서 결정 상태로 변화할 때 1비트(bit)를 얻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제품은 노어(NOR)에 비해 작동속도가 빠른데다가 플래시메모리와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비휘발성 장점을 갖추고 있어 NOR 플래시메모리를 대체할 기술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3년에 P램 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듬해에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512메가 P램 양산에 나서며 상용화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1기가비트(Gb) 이상의 대용량 제품을 개발해 MP3·SSD·TV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모바일 기기용 P램 시장 규모는 2013년까지 5억5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표> 삼성전자 P램 개발 현황

 <표> 주요 차세대 메모리 비교 검토

 

 <박스> 차세대 메모리 선점위한 뜨거운 글로벌 경쟁

 차세대 메모리의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은 정부 사업으로 2007년부터 5년간 51억엔을 지원해 산학 공동으로 ‘차세대 고성능, 초저소비전력 스핀 디바이스(spin-device) 기반기술’을 개발 중이다. 미국은 다프라(DARPA) 프로젝트로 기업체에 4년간 1500만달러를 지원, ‘STT-M램 원천기술’을 개발 중이다. UCLA와 스탠퍼드, 버클리대학 등을 중심으로 2006년부터 정부와 인텔의 2억달러 예산으로 자성 로직과 자성 메모리 소자를 연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정부출연 연구소(CEA-LETI)와 기업체에서 차세대 메모리 STT-M램·PC램, Re램 재료 및 소자 원천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양대학교 차세대메모리개발사업단이 2004년부터 7년간 차세대 메모리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참여하고 한양대학교를 중심으로 전국 12개 대학과 3개 출연 연구소가 공동 개발하고 있다. 3차원 터널링 플래시메모리, PC램, Re램·플렉시블 유기 메모리, 수직형 STT-M램 등을 연구 중이다. 사업단은 결과물을 참여기관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로 이관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는 10나노급 메모리 상용화 프로젝트를 올해부터 5년간 수행하게 된다. 하이닉스는 사업단의 기술을 활용해 3차원 구조 R램과 플렉시블 폴리머 메모리 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2013년 2월까지 대학과 KIST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참여, STT-M램을 개발하고 있다.

 아날로그 필름 최강자였던 코닥이 최근 법정관리를 검토할 정도로 선두자리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국내 메모리 기업들이 변곡점을 맞아 더욱 강해진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특별취재팀> 서동규차장(팀장) dkseo@etnews.co.kr, 서한·양종석·윤건일·문보경·이형수기자

 

 <기고> 차세대 메모리 선점에 정부 지원 절실하다

 -박재근 한양대학교 교수 parkjgl@hanyang.ac.kr

 

 현재 D램 기술 개발은 30나노 이하의 집적도 구현을 위해 기존 평면구조에서 함몰구조, 3차원 구조 소자 형태개발로 전환되고 있다. 저전력화와 고속 작동은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소자크기가 10나노 이하로 축소되면 전하를 저장하는 캐패시터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10나노미터 이하의 집적도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포스트 D램에 대한 개발이 진행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포스트 D램 후보 소자로는 스핀 모멘텀을 이용한 STT-M램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플래시메모리 기술은 저장용량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도시바·하이닉스가 20나노 기술경쟁력을 앞다퉈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소자크기가 10나노 이하로 축소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전하를 저장하는 물질이 폴리 실리콘으로 되어 있어서 10나노 이하에서는 이웃 트랜지스터 간의 작동 간섭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P램, Re램 및 플렉시블 유기 메모리 소자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만약 차세대 메모리 원천기술 선점 확보에서도 뒤처진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계속해 미국 인텔 및 일본 도시바 등에 매년 약 1조원 이상의 원천기술 특허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차세대 메모리 개발의 세계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매우 크고 중요하다. 연구 개발 주체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 주도로 개발 중인 장비나 재료 등과 같은 상용화 기술과는 달리, 차세대메모리는 산업원천기술에 해당되므로 대학과 기업 및 연구소가 함께 연구 개발을 수행하는 산학연 공동 연구 체계가 구성돼야 한다.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차세대 메모리 후보 소자의 신재료, 소자, 공정 기술에 대한 원천기술을 개발역할을 맡아야 한다. 기업체에서는 대학과 연구소에서 개발한 원천기술과 아이디어를 토대로 상용화 가능성 검증 연구을 수행, 상용화 가능 수준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산·학·연 산업원천기술개발 사업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정부의 제도 변경이 필요하다. 차세대메모리는 대학과 연구소 수준에서 개발돼도 기업체가 상용화 단계에서 요구하는 제품의 신뢰성과 가격을 충족하지 못하면, 개발 제품이 상용화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차세대메모리 개발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기업체에서 상용화에 실패할 경우에는 기업체에 기술료를 면제해 주는 탄력적인 ‘기술료 비징수‘ 제도를 운용해 기업의 많은 참여로 원천기술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

 국제적 공동 연구를 통해 표준화 확보를 할 수 있도록 정부 국제 연구과제 지원사업이 추진돼야 한다. 국제 공동 연구를 민간 기업이 주도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타 국가와 국제 공동 연구 사업을 추진하고, 국제적인 차세대메모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사업을 통해 우리가 보유한 핵심 원천기술을 해외에 알리게 된다. 외국 우수 연구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차세대메모리 소자 관련 핵심 원천기술 수준도 파악하고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국제적인 차세대메모리 컨소시엄을 통해 표준화의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나노급 차세대 메모리 개발은 성공 가능성도 높지만 실패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차세대 메모리 소자들을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국민들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만약, 차세대메모리의 원천기술들을 외국에 의존할 경우 중소규모 장비업체나 재료업체들은 어려워지거나 쓰러지게 된다. 우리 연구자들이 치열한 차세대메모리 개발 경쟁에서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들의 따뜻한 격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연중기획-온리원 부품소재를 향해] <4부-5> 차세대반도체, 정부도 함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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