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안 국회 통과]산업별 수혜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국내 IT 업계는 향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송 분야나 통신쪽은 상대적으로 미국 자본에 대한 개방도가 높아졌다. 가전이나 부품소재 분야는 큰 영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수출 증가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통신·방송=한미 FTA가 발효되면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콘텐츠 제작사가 퇴출 위기에 몰린다. 통신 산업에서는 3대 통신사업자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무선 통신보다 유선 통신사업자에 대한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직접 투자와 마찬가지로 간접 투자 시에도 외국인이 최대 주주거나 50% 이상 지분을 소유하면 49% 제한 규정 적용 대상이 됐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해외 PP가 국내에 투자 법인을 개설한 뒤 PP에 100% 투자해 직접 투자 효과를 낼 수 있게 된다. 국내에 합작사 형태로 진출한 해외 채널은 월트디즈니·SK텔레콤(현 SK플래닛)의 디즈니·디즈니 주니어 채널, 소니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AXN, 비아컴 계열 SBSMTV(니켈로디언·MTV 채널) 등이다.

 애니메이션·드라마 등 콘텐츠 분야도 타격을 입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한미 FTA에 대비해 국내 제작물 편성 비율을 낮춘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한 채널에서 국내 제작 영화는 100편 중 25편 이상 방송했다면 이제 20편만 틀어도 무방하다. 애니메이션도 국내 편성 비율을 35%에서 30%로 풀었다. 한 국가 제작물 상한선도 채널당 60%에서 80%까지 늘렸다.

 한 애니메이션 채널 관계자는 “이미 해외 애니메이션 채널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SO 편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국산 채널은 더욱 밀리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통신 산업에서는 SK텔레콤·KT를 제외한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 제한 조항이 풀렸다. 초고속인터넷 등 중소 기간통신사업자가 해외 기업에 인수합병(M&A)될 가능성도 있다. 직접 투자는 국내법과 동일하게 49% 지분 소유 제한이 유지된다.

 외국인이 최대주주고 15% 이상 지분을 소유한 국내 법인을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외국인 의제’ 조항을 FTA 발효 후 2년이 지나면 면제해준다. LG유플러스와 제4 이통사는 물론이고 중소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에 외국인 투자가 제한 없이 이뤄지게 된다. 이상학 방통위 통신정책과장은 “MVNO 등을 도입한 것도 통신 산업 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정책을 펴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영향이 없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전자업계=전자 업계는 한미 FTA 체결로 당장 큰 수혜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ITA(정보기술협정) 적용 등으로 정보기기나 가전 제품에 대한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자업계는 미국에 대한 수출 증가 등 교역량 증가와 수출 인프라 강화효과가 예상된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LG전자는 휴대폰을 제외한 북미 시장에 공급하는 대부분의 제품을 멕시코 내 2개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멕시코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NAFTA 적용으로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품목은 LCD TV, PDP TV, 모니터, 냉장고 등이다.

 이 때문에 FTA가 체결되더라도 사업 추진에는 긍정적이나 당장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단, 한국에서 생산된 신제품 혹은 소품종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관세 혜택을 받게 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예측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수요가 급증할 경우 한국에서 그 부족분을 생산해 미국으로 곧바로 수출하는 경우에 관세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미국 통관 시 지불하는 관세는 제품마다 차이가 있다. 휴대폰 관세율은 0%며 에어컨·세탁기·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제품별, 가격별로 약간 차이가 있으나 1~2%대, TV는 5%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에 TV 등 전자제품 공장이, 미국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이 가동 중이며 휴대폰과 일부 가전은 이미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FTA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교역량이 늘어나면 수출 인프라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회장 윤종용) 측도 환영성명을 냈다. 진흥회 측은 “한미 FTA 발효 후 외국인 투자유치 증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이미지 제고, 양국 간 기술협력 확대 등으로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전자·IT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디스플레이·부품소재·장비업계=한미 FTA 비준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 부품업계는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반도체는 이미 IT 무관세 양허품목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무관세를 유지해 왔고,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에서 직접 생산을 하고 있어 관세 영향은 없다는 분석이다.

 TV용 LCD 패널의 경우, 미국이 부과하는 5% 수입 관세를 즉시 철폐하지 않고 5년간 유예 기간을 뒀다둬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 TV 공장이 없고, TV용 패널 수출 물량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에서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특히 모니터 및 노트북용 패널의 경우, ITA 양허협정에 의해 무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패널 업체들이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패널 물량은 연간 10억달러 수준이지만, 대부분 무관세 품목인 모니터 및 노트북용 패널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장비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수입하는 미국산 장비에 대해 관세가 즉시 철폐돼 국내 패널업체들은 일부 수혜를 볼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디스플레이 장비에는 8% 수입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FTA 비준으로 이 같은 관세가 즉시 철폐돼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 국내 패널 업체들은 장비 수입시 8%선의 가격 인하 효과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내 장비업체에는 악영향이 예상된다. 수입관세 철폐로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수입관세 철폐로 국산장비 가격 인하의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도체 장비는 이미 무관세인데다 관세가 있는 부분품 역시 지정공장에서는 무관세로 수입이 가능한 만큼 영향은 미비하다는 게 반도체협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소자 및 관련 장비는 이미 무관세 품목으로 지정돼 이번 FTA 비준으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다”며 “많지는 않지만 미국산 디스플레이 장비에 대해 수입 관세가 철폐돼 국내 패널 업체들이 일부 수혜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경·양종석·오은지기자 yuk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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