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掩耳盜鐘 放通委

 정치만 있고 정책은 없다. 제4이통사업자 선정이 무위로 끝나면서 최시중 위원장이 이끄는 방송통신위원회 안팎에서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도대체 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다.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물론 방통위 입장으로 들어가 보면 상황이란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기관의 역할이 무엇인가. 방통위가 그동안 추진해온 많은 일들이 무산되거나 지지부진해진 상황이다. 정책이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IPTV, mVoIP, 와이브로, DMB, 번호통합 정책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와이브로 정책으로 내세운 제4이통 사업자 선정은 특히 그렇다. MB정부 들어 통신 분야 대표 정책으로 추진해온 정책이 마침내 원점으로 돌아갔다.

 예고편 드라마에 다름 아니다. 제4이통 무산과 함께 장비시장 활성화도 없던 것이 됐다. 오히려 중소장비 업계는 더욱 어렵게 됐다. 새로운 사업자 선정과 이에 따른 장비 납품 및 인프라 구축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터였다.

 여권내 실세 인사가 이끄는 ‘힘 있는 부처’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결국 산업정책에 관한 한 할 말이 없게 됐다.

 규제도, 진흥도 없다. 오로지 정치만 있을 뿐이다. 방송이 대표적이다. 종합편성채널은 선정에서부터 말이 많더니, 선정 이후에도 온갖 특혜설만 난무하는 형국이다. 방통위가 아니라 ‘방송위’라는 얘기는 그래서 더욱 친숙해졌다.

 미디어의 편가르기가 방송산업 진흥이란 명목으로 깊숙이 진행되고 있다. 새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판을 뒤흔들어 입맛에 맞는 구도로 ‘의도적인’ 새 판을 짠다는 의미에서 대재앙에 가깝다.

 신문과 방송, 온라인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기존 지상파와 조·중·동·매 4사 이외의 미디어는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다.

 통신 정책도 마찬가지다. 산업 진흥과는 거리가 있는 통신요금 인하만 추진하다 오히려 투자만 위축시키는 결과만 낳았다. 신규 사업자 선정도 스스로 거둬들였다.

 번호통합 정책도 물 건너갔다. 2세대(G) 서비스 종료도 머뭇거리다 결국 유탄을 맞았다. 주파수 정책도 방송사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아예 모든 정책에서 한 발 빼는 모양새다. 요금 인하와 와이브로 육성, 신규 통신장비 시장 활성화 등을 패키지로 추진하면서 공언했던 기세는 간 데 없고 이제는 mVoIP란 한물 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책을 임기응변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기존 사업자의 망을 빌리거나 기존 사업자에 사업권을 줘서 시도했던 시내전화나 와이브로 사업의 교훈을 잊었음이 틀림 없다. 벌써부터 통신사업자의 투자 의지만 꺾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인 처방전이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타부처에서 와이브로를 재난안전망으로 활용하자고 하는데도 미적지근하다. 이번에도 상황론이다.

 모두 웅크리고 뒤로 빠져 있는 형국이다. 보직자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형태로, 보직이 없는 이는 소외당한 채로 이른바 방관자 혹은 구경꾼들만 모여있는 형국이다. 한번쯤 겸손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방통위는 IT거버넌스 논의서도 한 발 비켜서 있다. 지경·문화·행안 등의 부처는 벌써부터 구체적인 논의 상황을 흘리고 있다. 미래부나 과학기술부의 논의가 구체화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처이기주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엄이도종(掩耳盜鐘)이라고 했던가. 혹시라도 방통위는 지금 그동안의 정책적 과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안팎의 비판을 듣기 싫어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