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프라이버시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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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좀 더 열린 곳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었던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 창업 10년이 채 안 돼 그 꿈을 이뤘다. 그것도 모자라 오는 5월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 30조원에 육박하는 재산으로 미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가 된다. 스물일곱 나이에 참 많은 것을 이뤘다.

페이스북은 현대인들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시간과 공간,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어 지구촌을 하나로 묶었다. 세대와 나이, 계급과 계층이 달라도 `친구`가 되는 길을 열었다. 세계 인구 8명중 1명이 사용하고, 절반은 모바일로 접속하면서 전자·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질서도 바꿔 놓았다.

최근 페이스북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바로 프라이버시, 개인정보 침해 문제다. 여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페이스북은 실명제를 바탕으로 개인의 다양한 관계와 온라인 활동 기록을 데이터베이스(DB)로 보유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높다.

얼마 전 오스트리아의 한 대학생이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내 화제가 됐다. 법학도인 이 학생은 페이스북 유럽본부가 있는 아일랜드 법규를 바탕으로 자신의 모든 개인정보 보유기록을 요청했다. 회신받은 총 1222쪽의 전자문서를 꼼꼼히 분석한 학생은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과 관련된 유럽 법률 22건을 위반했다며 제소했다. 그는 페이스북이 사용자 동의 없이 위치 등 개인정보를 주기적으로 수집했고, 그 과정에서 PC의 식별번호도 활용했을 뿐 아니라, 사용자가 이미 삭제한 정보도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진행중이지만 이를 계기로 페이스북은 유럽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보유기간을 1년 미만으로 줄였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는 인터넷기업들의 개인정보 보호책임을 강화하는 규정을 마련한 데 이어 `잊혀질 권리`를 골자로 한 데이터보호법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페이스북 가치는 산술적인 가입자 수에 머물지 않는다. 지난 7년간 사용자들이 행했던 모든 클릭과 댓글, 인간관계를 분석한 정보를 고스란히 담고있는 DB가 핵심이다. 개인 맞춤형 광고에 꼭 필요한 최적의 정보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이 옛 애인과의 은밀한 추억의 장소를 엮은 여행상품 할인쿠폰을 보내온다면 어떨까. 획기적인 마케팅일 지, 나쁜 상술일 지는 각 자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선의의 피해자는 막아야한다.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오·남용돼 부메랑으로 돌아올 지 가늠하기 어렵다. 반면에 기업들은 돈이 되기 때문에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수집에 혈안이 돼 있다. 애매한 규정 안에서 부지불식간에 이뤄지고 있는 SNS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 적극적인 연구와 사용자 교육,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 조지 오웰의 소설 속 `빅브러더`가 현실화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정지연·국제부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