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규제 쟁점화, 일반-전문기관 영역 조정 시급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업계 보조금 행위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놓고 이중·중복 규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일반 규제기관(공정위)과 전문 규제기관(방통위) 사이의 해묵은 업무영역 다툼이 또다시 산업계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다.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는 필수지만 업무 조정 미흡으로 인한 중복규제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쟁점1. 이중규제=업계는 통신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주기적으로 부당행위를 조사하고, 위법 확인 시 제재조치를 내리는 상황에서 공정위까지 나선다면 명백한 이중규제라고 주장했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복수 기관에서 조사받고 처벌받으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조차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규제 자체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며 “이중규제로 인한 사업자 혼선과 피해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법리상으로는 이중규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15일 공정위는 `불공정거래행위 중 위계(거짓행위)에 의한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에 해당한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9월 `부당한 이용자 차별`을 근거로 통신 3사에 136억원 규모 단말 보조금 관련 과징금을 부과했다. 6개월 사이 단말 보조금이라는 동일행위에 과징금이 연이어 부과됐지만 규제 근거가 각각 달라 중복규제를 피해갔다는 의견이다.

현 전기통신사업법은 동일행위를 동일사유로 규제하는 것을 중복규제로 간주한다.

◇쟁점2. 위법여부=이중규제와 관계없이 통신·제조사는 공정위가 지적한 위법행위 자체를 부인했다. 통신·제조사는 가격 부풀리기와 부당 고객 유인 행위 등을 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SK텔레콤은 구속조건부거래에 관해 “제조사와 공감대에 기반을 두고 합리적으로 유통모델 물량을 협의하는 수준이었다”고 반박했다.

반면에 공정위는 소비자가 휴대폰 가격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과징금 조치 근거로 들었다. 구체적인 공급·출고가 조정 과정을 알지 못하는 소비자로서는 비싼 휴대폰을 싸게 구입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보조금제도가 실질적인 할인제도라고 인식하는 소비자 신뢰를 악용한 착시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제조사가 법적대응을 강행하면 위법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대안 마련 시급=전문가들은 규제기관 간 업무영역과 우선순위 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중규제 논란은 통신·방송·금융 등 일반과 전문 규제기관이 따로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불가피한 문제다. 규제효과를 높이되 산업행위 위축을 유발하는 이중규제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부처 이기주의 확산도 막아야 한다.

해외에선 일반과 전문 규제기관이 동시에 있으면 전문기관 규제를 우선시한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대학 교수는 “이번 사안이 이중규제인지 법적으로 해석 여지가 분분하다”면서도 “최근에는 통신 등 전문적인 영역은 해당 분야 전문규제기관이 우선 규제하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독과점 등 원 취지에 맞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전문 규제기관이 해당 영역을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뜻이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이참에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통화요금, 단말가격, 할인요금, 부가요금 등이 복잡하게 얽힌 요금체계를 명확히 분리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자료:공정위, 방통위

이중규제 쟁점화, 일반-전문기관 영역 조정 시급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