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공기업 1년, 발전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9>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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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부터 연이은 원전 불시정지와 고리원전 정전 늑장보고까지 한국수력원자력의 지난 1년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였다.

[시장형공기업 1년, 발전산업 패러다임이 바뀐다]<9>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기술과 관리 시스템을 정착시켜 `인적 오류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또 이를 한국형 원전 모델로 정착시켜 해외 원전시장 진출 경쟁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신고리 원전 3호기와 4 호기 건설현장.
한수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기술과 관리 시스템을 정착시켜 `인적 오류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또 이를 한국형 원전 모델로 정착시켜 해외 원전시장 진출 경쟁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신고리 원전 3호기와 4 호기 건설현장.

원자력발전소 21기와 수력발전소 28기, 양수발전소 16기를 운영하며 국내 총 발전량의 32%를 공급하는데 구슬땀을 흘린 한수원이지만 그동안 경제성장에 공헌해 온 노력은 잠재적 대재앙 불안요인이라는 편견과 최근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점점 퇴색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가운데에도 한수원은 영덕과 삼척 신규 원전후보지를 선정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출사업을 수행해 왔다. 또 원전 운전 안정성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한수원은 다시 태어나고 있다. 내부에서도 변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전 최우선 원칙을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독보적인 원전기술 확보와 빈틈없는 안전 보고 체계마련에 역량을 쏟고 있다.

◇원전 안전 `심기일전` 자세로=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사회 각층에서는 유사상황 발생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일본 원전이 채택한 비등경수로와 달리 우리나라 가압경수로는 분리·폐쇄형 설계구조여서 안전성이 높고 침수로 인해 전원이 꺼져도 노심냉각 기능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지난 1년간 한수원이 관련 협·단체들과 함께 여러 강연과 세미나를 통해 관련 정보를 알리고 공유하는 등 공기업으로서 국민과의 소통에 충실했던 결과다.

한수원은 지난해 8월 원자력 중앙연구원 개원을 시작으로 원전 안전 강화에 나섰다. 여기에 민관 합동으로 국내 원전 안전점검을 실시해 50개 장단기 개선대책을 도출하기도 했다. 원자력 중앙연구원에는 2020년까지 6조원의 개발비를 투자해 지금보다 10배 안전한 원전을 개발하고 50개 장단기 개선대책 부문에는 2015년까지 1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원전 불시정지에 대한 대비도 강화하고 있다. 동절기 비상전력수급기간 동안 몇몇 원전이 제어시스템 신호로 운전을 정지하면서 관련 책임을 강화한 조치다. 내부적으로는 주요 설비에 책임자를 배정해 운전과 유지보수·교체·주변 청결도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책임관리제`를 시행했다. 외부적으로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해 협력사의 책임감 있는 작업을 독려하고 있다.

올해는 사내 안전 문화와 투명성 문화 정착에 매진할 계획이다. 더 이상 고리원전 정전 늑장보고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윤리의식 강화와 보고체계 개선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목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기술과 관리문화 정착으로 `인적 오류 제로` 달성이다. 이를 한국형 원전 모델로 정착시켜 안전 중요성이 커지는 해외 원전시장 진출 경쟁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제2의 원전 르네상스를 준비한다=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 세계 원전산업은 다시 성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원전산업을 주도해 온 선진국과 남미·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개발도상국은 원전 신규건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1년간 국내 원전 안전성 강화에 주력하면서도 원전 기술 고도화와 국내외 신규 원전 사업 개척을 병행해 다가올 제2 원전 르네상스를 착실히 준비해 왔다. 올해는 지금까지의 노력을 성과로 연결하는 전환점이다.

국내 사업으로는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를 연내 적기 준공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기여할 계획이다. 이 뿐만 아니라 신월성 2호기, 신고리 3·4호기, 신울진 1·2호기 건설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국가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나갈 예정이다.

해외사업은 첫 열매인 UAE 원전 건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가속페달을 밟는다.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원자력인더스트리서밋과 핵안보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의 원자력 위상을 한층 높여 수출전선을 확대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AE 원전은 올해 기초 콘크리트 타설 등 건설 공사를 시작한다. 한수원은 UAE 원자력공사, 한국전력과 유기적 협력을 강화해 차질 없는 공사를 수행할 계획이다. 한수원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핀란드 원전사업도 올해 성과를 이끌어 낸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유럽설계인증(EUR)의 부합성 검증과 입찰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수력 부문은 국내 수력과 양수발전소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전력피크에 대응하고 별도 해외사업을 발굴해 또 다른 미래성장동력으로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규모 인천만 조력발전 사업을 추진해 신재생에너지 산업 성장도 꾀하고 있다.

◇일본 `반면교사` 삼아 최고의 원전기술 확보=일본은 지금까지 총 54기 원전 중 53기를 정지하고 이달 중 모든 원전을 정지할 계획이다. 1년간 탈원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상당하다. 일본은 1980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2조4927억엔(약 36조원) 무역 적자를 기록했으며 원전 중단이 늘면서 액화천연가스 수입은 37.5%나 급증했다. 도쿄전력은 이를 충당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했다. 일본 기업들의 해외이전으로 산업공동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국민은 전력부족이라는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탈원전을 위한 불편을 극복했다기 보다는 성장을 포기하고 버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한수원은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최고의 안전성을 갖춘 원전기술로 국가 에너지 정책에 기여하고 해외시장을 주도한다는 경영전략을 꾸리고 있다. 올해는 국내 기술로 최고 수준의 원전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겠다는 목표다. 주역은 △설계핵심코드 △냉각재펌프 △제어계측시스템의 3대 원천기술 국산화다.

설계핵심코드는 그동안 외국 프로그램에 의존해 온 것으로 국산 소유권 확보에 따라 원전설계와 수출의 큰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설계핵심코드를 보유한 곳은 미국과 프랑스 두 곳뿐이다. 냉각재펌프는 전기 생산을 위한 핵심 부품으로 원전 호기당 약 700억원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제어계측시스템은 신고리 3·4호기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해 호기당 10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예정이다.

한수원은 3대 원천기술을 토대로 1.5GW급 원전인 APR+의 개발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APR+는 UAE 원전 수출 모델인 APR1400보다 한 단계 진화한 최신형 원전으로 해외 유수의 원자로와 비교해도 경제성과 안전성이 뛰어나 해외 원전시장 개척의 선발주자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설동욱 한수원 홍보실장은 “원전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투명성을 확보해 수출 경쟁력으로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열린 인재채용 문화

지난달 8일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는 취업 재수생과 마이스터고교생 등 예비 취업생 5000여명이 집결했다. 국내 원전 산업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2012 원전기업 합동 채용박람회`를 통해 원전산업 종사자의 꿈을 키우기 위해 몰려든 인파였다. 이날 행사에는 한수원을 포함한 원전 관련 공기업 4곳과 민간기업 26곳이 참여해 미래 원전 안전을 책임질 인재를 물색했다. 이들은 올해에만 약 5000명 신규 원전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한수원이 원전인력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원전 관련 안전성을 높여도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인만큼 원전 산업 육성과 수출시장 개척의 첨병 역할을 할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함이다.

한수원의 인력채용은 그동안 구인·구직 시장의 악습이었던 학벌과 출신의 취업문턱을 없앤 것이 특징이다. 시장형 공기업으로 모든 사회계층에 취업문을 열고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 적극 나선다는 취지다.

지난 한 해 동안 사회 형평적 채용으로 총 172명의 장애우와 국가보훈대상자를 선발했으며 고졸 공채를 시행해 총 106명을 선발했다. 고졸 입사자들은 2월부터 원자력교육원에서 교육훈련과 현장실습을 받고 있으며, 현장 배치 후 4년이 지나면 대졸자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 공기업 최초로 협력 중소기업 출신 경력자를 채용했고, 지난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참전용사에게 학교 장학금과 졸업시 특별채용을 약속하기도 했다. UAE 원전 건설사업 관련 핵심인력들도 조기 채용할 계획이다.

한종석 한수원 총무인사팀 부장은 “그동안 구인·구직 시장에 소외되었던 계층에 취업 문을 여는 것은 시장형 공기업으로 당연한 일”이라며 “향후 원전 수출 시대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력 인프라를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재해 대비책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한국 원전산업이 자연재해 대응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였다. 원전 설비 안전기준과 함께 운영관리의 책임은 더욱 강화됐으며 긴급 상황 발생시 대응도 보다 체계를 갖췄다.

한수원은 자연재해 관련 상황별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방사능 누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상황별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진 발생시 해당지역 원전은 자동정지설비 지시로 운전을 정지한다. 안전정지 계통은 내진성능을 갖추고 있어 지진으로 인한 오작동 우려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지진해일 대비책도 마련했다. 해안방벽이 낮은 곳은 증축공사를 실시하고 방수문과 방수형 배수펌프를 설치해 설비 침수로 인한 기능 정지를 예방한다. 설비가 침수돼도 이동형 발전차량과 축전지 확보 등으로 냉각계통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중대사고 시에도 전력공급 없이 촉매와 중력 작용으로 수소를 제거하는 피동형 수소제거설비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의 수소폭발 같은 사고를 방지한다. 여기에 격납건물 배기·감압설비와 원자로 비상냉각수 외부 주입유로 설치 등 냉각계통 기능 상실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중대사고 발생시 비상대응능력도 강화하고 있다. 주민보호용 방사선 방호장비를 확보하고 다수호기 동시 비상발령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소방방재청과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 신속대응을 위한 공조체제를 구축했다. 유사시 소방방재청은 인명구조와 환자이송을 위한 전문가와 헬기를 원전 현장에 파견한다. 한수원은 구조작업 협력을 위해 방사능 전문가와 보호장구 등 전문장비를 소방대원들에게 지원한다.

자연재해 상황별 원전 대응 시나리오
자료: 한국수력원자력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