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조원, E는 계획)
(자료:삼성전자 및 업계 취합)
삼성전자가 올해 18조원의 반도체 설비투자를 단행한다. 삼성 반도체 사업 역사상 최대 규모로, 당초 책정했던 15조원대 투자 계획보다 20%나 다시 늘려 잡은 것이다.
엘피다 파산에 따른 D램 주문 쏠림 현상 및 미세공정 전환 가속, 시스템 반도체 사업 확대를 위한 증설 투자 필요성 등이 배경이다. 반도체 업계 구조조정이 한창인 가운데, 삼성전자가 초격차를 확대하고 인텔을 위협하는 반도체 업계 `지존`을 향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올해 반도체 시설 투자 규모를 18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세부 라인별 투자 계획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투자 규모는 사상 처음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연내에 미국 오스틴 공장을 시스템 반도체 라인으로 완전 전환하고, 국내 메모리 라인의 미세공정 전환 투자도 더 늘리기로 했다”며 “올해를 초격차 확대의 호기로 삼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 초만 해도 시스템 반도체 8조원, 메모리 7조원 등을 포함해 총 15조원의 반도체 설비투자를 계획했다. 18조원으로 늘어나는 3조원 중 2조원은 미국 오스틴 공장의 시스템 반도체 라인 전환에 투입된다.
현재 가동 중인 오스틴 공장의 시스템 반도체 전용 라인 `S2` 외에 낸드플래시 라인을 올 3분기까지 시스템 반도체 라인으로 완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오스틴 공장의 시스템 반도체 생산능력은 웨이퍼 월 10만장 수준에 육박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라인을 시스템 반도체 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비는 30% 수준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신규 투자를 해야 하며 당초 계획보다 2조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증설 투자도 수요 증가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 A5를 비롯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외에도 이미지센서, 전력반도체 등의 생산 확대가 필요하다. 퀄컴, 브로드컴, AMD 등의 파운드리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최대 월 12만장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늘어나는 투자 규모는 1조원 선으로 총 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화성 사업장 11·13라인의 28나노 공정 전환 외에 15라인의 35나노 공정 추가 증설, 13라인 추가 투자가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투자 기조는 시기를 앞당겨 엘피다 파산 이후 삼성전자로 쏠리고 있는 D램 및 낸드플래시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면서 “세부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에도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가 10조원 초반대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연말까지 13조원(사업보고서 기준)을 집행하기도 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