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의 정보통신부 비사]<97>CDMA세계화(2)-중남미

시장개척단은 멕시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CDMA 포럼을 열었다. 1997년 6월 28일 멕시코를 국빈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이 세디요 멕시코 대통령과 국빈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시장개척단은 멕시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CDMA 포럼을 열었다. 1997년 6월 28일 멕시코를 국빈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이 세디요 멕시코 대통령과 국빈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CDMA세계화(2)-중남미

대성황이었다.

1997년 8월 26일 오전 멕시코시티 특급호텔인 니코회텔 메인볼룸에서 열린 한국CDMA 포럼장은 대만원이었다. 긴장하던 개척단 일행의 얼굴에 안도의 함박 미소가 물감처럼 번졌다. CDMA 포럼은 한국 정보통신부와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이 주최하고 멕시코 통신. 교통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무역관이 후원했다.

멕시코는 김영삼 대통령이 그해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국빈 방문한 나라였다. 김 대통령은 당시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과 한·멕시코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실질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앞서 세디요 멕시코 대통령도 1996년 11월 29일 한국을 방문해 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상호 교역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세디요 대통령은 구두닦이 출신으로 입지적 인물이었다. 그는 가난한 전기공의 아들로 구두닦이를 하며 학업에 열중했다. 그 후 미국 예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정치에 입문해 대통령까지 당선돼 `구두닦이 대통령`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런 만큼 두 나라는 우호적인 관계였다. 이를 반영하듯 포럼장에는 라원찬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와 로사노 멕시코 통신부 차관, 멕시코 통신사업자·제조업체 대표, 연구기관 연구진들이 좌석을 꽉 채웠다.

CDMA시장개척단 단장인 정홍식 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정통부 차관 역임, 현 한국정보기술협회 이사장)의 증언.

“멕시코에서 포럼은 대성공이었습니다. 포럼장은 멕시코 통신 정책 입안자와 통신회사 기술진과 기자들로 만원이었습니다. 기대 이상이었어요. 개척단의 전략은 방문국에 두 가지를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는 CDMA 기술의 상업적 안정성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상용서비스하는 데 성공한 앞선 기술을 소개하는 일이었습니다.”

CDMA 포럼은 10시 정각에 시작했다.

라원찬 대사와 로사노 멕시코 통신부 차관이 차례로 나와 환영사를 했다.

이어 정홍식 단장이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축사를 했다.

정 단장은 “세계 이동통신시장은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런 기술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첨단이동통신기술인 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면서 “한국은 CDMA 기술개발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CDMA 기술이 멕시코 통신발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CDMA 방식이 IMT-2000의 국제표준이 될 수 있도록 양국이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자”고 강조했다.

포럼장은 학술발표장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CDMA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멕시코 통신·교통부 통신정책담당관이 나와 20여 분간 멕시코 통신정책 및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한국개척단이 한국 정보통신 정책 방향과 그간의 CDMA 연구개발 과정, 통신사업자별 역점 사업을 30여분 씩 설명했다.

황의환 정통부 부가통신과장(현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부회장)은 `한국CDMA`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한기철 한국전자통신연구소(현 ETRI) 이동통신계통연구부장(현 인터넷연구부문 책임연구원)은 `한국 CDMA 무선통신의 연구개발 현황 및 발전 전망`을, 홍원표 KT 프리텔 이사는 `한국 CDMA 와 PCS 상용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오후에 유은영 LG정보통신 이사가 `한국 CDMA 시스템 및 단말기 제조현황과 전망`을 발표했다.

주제 발표 후에는 한국통신(현 KT)과 SK텔레콤, 신세기통신,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임원들이 참석자들과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이날 CDMA 기술에 대한 멕시코 측 반응은 예상을 훌쩍 뛰어 넘었다. 포럼이 끝났건만 개인 면담이 줄을 이었다.

현지 언론의 관심도 대단해 신문과 방송에서 CDMA 포럼 내용을 소상히 보도했다. 인터뷰 요청도 뒤를 이었다.

이에 라원찬 대사는 “내 재임 중에 멕시코에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DMA 기술을 소개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황의환 과장의 기억.

“처음에는 `참석자가 얼마 안 되면 어떻게 하나`라며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CDMA 포럼이 대성황이고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CDMA 기술과 용어가 이들에게 생소했으나 참석자들이 개척단에 많은 질문을 하고 그런 바람에 응답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이메일로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CDMA 시장개척단의 현지 일정은 살인적이었다.

황 과장의 계속된 증언.

“아침 8시부터 시간대 별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시간단위로 일정을 소화하다보니 사전에 준비할 게 많았습니다. 날마다 새벽 1시까지 준비 하고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권병욱 사무관(현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 과장)의 말.

“당시 참석자들에게 줄 선물로 손가방 수백 개를 준비했습니다. 가방에 한국 정보통신 정책과 현황, 한국 기업의 각종 홍보자료를 넣어 나눠주었습니다. 그런 준비를 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습니다.”

개척단 현지 활동은 한국대사관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무역관에서 관계자가 나와 지원했다.

정홍식 단장은 8월 25일 오전 11시 황의환 과장 한기철 박사 등과 멕시코 통신·교통부 차관을 면담해 양국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그해 9월 18일 서울에서 한·멕 통신협력위원회를 개최하고 CDMA 기술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위원회는 정부 국장급이 수석대표를 맡고 사업자와 연구소 등에서 15명 이내로 구성키로 했다.

정 단장은 멕시코 통신사업에 한국 통신업체가 진출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 단장은 이어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과 만나 양국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으며 멕시코 통신사업자인 미디텔사 안토니오 카나후아티 회장과 만나 한국 PCS주파수 경매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장개척단은 8월 27일 두 번째 방문국인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

개척단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 도착하자 곧바로 한국 대사관으로 가 조기성 대사를 만났다. 정 단장은 이어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통신수석비서관을 면담했다.

아르헨티나는 1996년 9월 9일 김영삼 대통령이 국빈 방문해 카롤로스 메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적이 있어 면담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정 단장은 면담에서 아르헨티나 통신현대화 사업과 PCS 사업에 한국 통신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 단장은 아르헨티나 국가통신위원회도 방문, 양국 간 공동 관심사를 논의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아르헨티나 국가통신위원회가 한국 정보통신부 신설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정통부는 한국의 독창적 정부 조직으로 외국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정 단장은 이에 정부조직개편 관련 자료를 아르헨티나에 제공했다.

아르헨티나 CDMA 포럼은 8월 28일 오전 10시 부에노스아이레스 쉐라톤 호텔에서 열렸다. 포럼장에는 조기성 아르헨티나 주재 한국대사와 아르헨티나 대통령 통신수석비서관과 현지 관계자 등 100명이 참석했다.

포럼에서 이상길 신세기통신 상무가 `신규 사업자로서 CDMA 운용경험과 전략`을, 정영기 현대전자 부장이 `한국CDMA 시스템 단말기 제조 현황과 전망`을 발표했다. 개척단은 아르헨티나측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기철 연구부장(현 인터넷연구부문 책임연구원) 말.

“아르헨티나 포럼장에는 대학 교수와 연구기관의 개발자가 대거 참석해 CDMA 개발과정을 무척 궁금해 했습니다. 포럼이 끝난 후 개척단과 면담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습니다.”

브라질 일정은 8월 30일부터 9월 3일까지 진행했다. 브라질은 김영삼 대통령이 1996년 9월 10일 방문해 `종속이론`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출신인 카롤로스 메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적이 있었다.

개척단은 브라질 주재 한국대사관과 주 상파울로 총영사관을 방문한 후 곧장 브라질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텔레스핀을 방문했다. 정 단장은 한국 정보통신과 정책을 설명하고 브라질 통신현대화 사업에 한국 통신사들 참여를 요청했다. 당시 브라질 최초의 디지털 셀룰러 장비입찰에는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이 참여를 추진하고 있었다. 9월 1일 브라질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해 ETRI와 상호 연구소 간 기술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브라질 CDMA 포럼은 9월 2일 오후 3시 상파울로 쉐라톤 호텔에서 개최했다.

김삼훈 브라질 주재 한국대사를 비롯해 브리질 정부 관계자, 통신업체 대표, 연구기관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마중수 SK텔레콤 이사(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가 `한국의 CDMA 운용경험`을 소개했고 홍순호 삼성전자 이사(현 부사장)가 `한국 CDMA 시스템 단말기 제조 현황과 전망`을 발표했다. 이어 개척단은 브라질 참석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브라질에서도 CDMA기술에 관한 관심은 뜨거웠다.

3개국 방문을 성공리에 마친 개척단은 9월 5일 서울에 도착했다.

개척단은 중남미 3개국과 CDMA와 PCS분야에 상호 협력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이들 3개국 국가 통신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이런 성과를 거둔 개척단의 귀국 발걸음을 가벼웠다.

이현덕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