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역 발전소는 봉이 아니다

발전단지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지역주민을 설득해서 지자체 동의를 구하는 일이다. 하지만 주민을 설득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발전소나 대형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만 들려도 동네잔치를 벌이던 개발연대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요즘은 동의는커녕 반대 여론을 가라앉히는 것이 큰일이다. 심지어는 발전단지 개발계획이 알려지기가 무섭게 해당 지역에 주민들이 미리 사업허가를 받아놓고 개발계획을 방해하는 사례까지 나온다. 여기에 기획부동산 전문가까지 가세하면 보상 요구는 억지 수준에 가까워진다. 상식 수준의 사회공헌과 지역 동반성장을 생각한 발전사는 `앗! 뜨거워` 하며 계획을 백지화하기에 이른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되는 발전소 건설 신청을 마친 민간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사업을 취소했다. 각각 해남과 포항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해온 메이야파워컴퍼니와 현대건설이 건설계획 취소 공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첫 민간 원자력발전으로 기대를 모은 삼척 원전도 사업자인 포스코건설이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사업이 불투명해졌다.

지역주민 반발이 생각보다 거세 지역 자치단체 동의를 받는 작업이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혐오시설이라는 인식 때문에 건설이 쉽지 않다. 환경단체 등이 개입하고 이권을 둘러싼 지역주민 간 대립도 한몫했다. 여름·겨울철마다 전력부족 사태를 겪으면서도 내 뒷마당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올 수 없다는 님비현상까지 겹쳐 벌어진 일이다.

민간 발전사업자의 참여를 이끌어 내 부족한 전력을 확보하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전력예비율이 부족하면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에너지절약을 구걸해야 한다. 정부는 지자체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항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지역주민도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이성적으로 분석한 후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