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코리아 "국가 종합 생태계전 승부 가를 핵심 R&D"

가정에서 대형 3차원(D) 입체영상으로 실시간 오페라를 관람한다. 홀로그램291 장치로 겨울에 스키장에 가지 않더라도 따뜻한 방 안에서 스키·스노보드 등 레저를 즐긴다. 학교에서는 실시간으로 해외 원어민 교사를 연결해 외국어 수업을 진행한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거울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각종 신체 수치 점검 등 건강관리가 가능해진다. 거리에 나서 쇼윈도를 쳐다보니 연령대에 맞는 상품 정보가 펼쳐진다.

29일 국회에서 발표된 `기가코리아29` 프로젝트가 불러올 미래다. `기가코리아`는 네트워크, 단말, 플랫폼, 콘텐츠 등 정보통신기술(ICT785) 전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다시 세계 주도권을 가져오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미·일·중 등 경쟁국은 이미 비슷한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황이어서 정부 각 부처가 모처럼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도 갖춰졌다. 하지만 여러 부처가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면서 실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 ICT 생태계 주도 포석

기가코리아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용량 데이터가 고속으로 전달될 수 있는 차세대 통신 핵심기술을 다른 나라보다 한발 빨리 확보하자는 것이다. 과거 초고속 인터넷망, CDMA 무선통신망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구축하면서 ICT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경험을 살리자는 포석이다. 스마트 혁명을 시작으로 갈수록 시장이 C-P-N-D 생태계 구조와 맞물려 작동하는 흐름을 반영했다.

◇해외도 차세대 기술 확보 사활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기가코리아와 유사한 국가 프로젝트를 이미 가동 중이다. 미국은 범부처 IT 융합 프로그램 `NITRD(Networking and Infomation Technology R&D)`를 시작했다. 일본은 유비쿼터스 사회 실현을 목표로 UNS(Ubiquitous Network Society) 전략을 통해 차세대 정보통신 멀티미디어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창신 2050` 등 2050년까지 장기 로드맵을 설정하고 사물통신, 실감 미디어 산업 육성에 주력한다. 스마트 혁명 이후 각국이 차세대 통신산업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경제효과 68조…강력한 추진체계 확보가 관건

우리나라가 해외 각국보다 기가코리아 프로젝트 착수가 늦어진 것은 분산형 ICT 거버넌스 체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경·방통·문화·교과·행안·국방부 등 6개 부처가 이 사업에 관여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지난 2010년부터 국가 프로젝트로 준비 과정을 밟았으나 2년이 지난 뒤에 밑그림이 완성됐다. 따라서 향후 기가코리아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성공하려면 실행력 있는 추진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산규모가 축소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이 사업은 당초 1조5000억원 규모에서 최종 5500억원 정도로 줄었다. 그나마 ETRI를 단일 주관기관으로 선정하면서 연구개발 실무의 혼선은 막았다.

독단적 추진으로 자칫 `갈라파고스 효과`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은 “최근 글로벌 표준은 개방에서 시작되는 것이 추세”라며 “구글 등 개방 플랫폼에 능한 기업과 손잡고 글로벌 표준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기가코리아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생산유발액 1조원(고용 1만명), 상용화로 인한 68조2000억원(고용 41만6000명) 상당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시연을 계기로 사업 잠재력이 더 크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 미래 융복합산업 R&D 중추로 자리 잡아 미래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이 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