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308>적정기술

`적정기술`이라는 용어 들어보셨나요?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의 정치, 문화, 경제, 환경 등 조건에 맞는 기술을 말해요. 이렇게 말하면 어려우니 쉽게 설명해볼게요. 최근 뉴스 등을 통해서도 보도된 적이 있는 `페트병 전구`가 적정기술의 대표적인 예랍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는 창문도 없는 집에 살고 있는 빈민층이 많아요. 이들은 낮에도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 생활해요. 이런 빈민층에 전기와 전구를 주면 가장 좋겠지만 이 지역에 전선을 설치하기도 어렵고 지속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도 비용 때문에 쉽지 않아요.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308>적정기술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페트병 전구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가난한 지역 사람에게 빛이 되어주는 것으로 유명해졌어요. 페트병에 세제를 조금 넣고, 물을 가득 채운 뒤 지붕에 끼워두면 햇빛의 산란효과로 전구처럼 빛을 내요. 간단한 장치지만, 창문도 없는 집에 사는 빈민층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훌륭한 기술이죠. 페트병 하나로 10개월 정도 쓸 수 있어 효과적이고요.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쉽게 만들어 쓸 수 있어요. 그럼 세상의 희망이 되는 적정기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Q.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요.

A.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첨단기술이 아니더라도 적은 비용으로 꼭 필요한 곳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기술을 말해요. 사전적으로는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이라는 뜻이에요.

산업혁명에 따른 대량 생산기술로 사람이 기계의 노예가 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에 대항해 인도의 간디에 의해 개념이 태동했어요. 이후 1973년 영국 경제학자 슈마허가 `중간기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면서 구체화 됐고요. 슈마허는 선진국과 제3세계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디의 개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올바른 개발을 위해서는 선진국과 제3세계 중간 정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어요. 이후 이 개념이 발전해 지금의 적정기술이 됐고, 지금은 많은 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또는 국제협력을 통해 적정기술을 개발, 보급하고 있어요.

Q. 적정기술의 예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앞에서 말한 페트병 전구 외에도 널리 사용되는 적정기술은 많아요. `라이프스트로(lifestraw)`라는 휴대형 정수기도 널리 보급된 적정기술 중 하나예요. 상수도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아프리카 지역 사람들은 오염된 물 때문에 각종 전염병과 질병에 노출돼 있어요. 이런 사람들을 위해 2달러도 되지 않는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정수장치가 라이프스트로예요. 우리말로 번역하면 `생명빨대`가 되는데, 이 말처럼 불순물을 걸러내는 2중 장치와 요오드와 탄소를 이용한 2중 필터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등을 99.9% 이상 제거해요. 배터리나 필터교환이 필요 없고, 1년에 700리터의 물을 정수할 수 있어요.

이외에 전기 없이 낮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항아리 냉장고`, 학교 등에 설치해 아이들의 놀이기구인 동시에 지하수도 끌어올릴 수 있는 `플레이펌프`,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한 PC `XO-1` 등도 적정기술의 대표 사례로 꼽혀요.

Q. 적정기술은 어떻게 알리나요

A. 2000년 이후 우리나라에도 적정기술 개념이 소개됐고, 이제는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최근에는 기업이나 단체가 주최하는 적정기술 관련 행사도 많아요. 우수한 적정기술을 발굴하고, 나아가 이를 실제 사업과 연결해주기도 해요. SK행복나눔재단이 매년 주최하는 `적정기술 사회적기업 페스티벌`이 이런 행사예요. 좋은 적정기술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런 행사를 찾아서 참가하면 돼요.

최근 적정기술과 관련해 `적정기술 사회적기업`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어요. 적정기술 본래의 가치에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한 것으로, 제3세계 빈곤사회에서 발생하는 생존과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정기술 시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저가에 판매하는 기업이에요. 저개발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해당 제품을 제작, 판매, 유통하는 과정에 현지 주민을 참여시켜 고용창출과 소득증대 효과까지 도모하는 획기적인 국제 개발 모델이에요.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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