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업계가 미국 분쟁 광물 규제 시행에 맞춰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아프리카 분쟁지역 광물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정을 이달 시행하면서 증시 상장기업들은 내년 5월까지 사용 여부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28일 캐논이 분쟁 광물 정보 수집을 위해 조달처 파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우선 1000개 이상 부품 조달 협력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이메일을 순차적으로 발송했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일본 10여곳에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올여름 이후 출하하는 신제품에 대해 추가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도요타도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했다. 자동차는 부품이 많아 공급망이 넓기 때문에 지난 가을에 1차 선행 조사를 실시했다. 수천개 거래처에도 협조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일본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는 최근 미국 인텔 담당자를 초빙해 분쟁 광물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제조 및 정제 업체, 상사 등 담당자 100여명이 참가했다. 미국에 직접 상장한 기업뿐 아니라 상장 기업에 부품이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해외 기업도 관련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
일본 산업계는 한걸음 더 나아가 `분쟁광물 프리(Free) 인증제도`를 정부 차원에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개별 기업이 광물 생산 이력을 자체적으로 추적한다면 비용이 상당히 들기 때문이다.
그 대신 미국 SEC 측으로부터 일본 내 대행업체를 지정받아 제련소의 서류나 공장을 조사해 원료 무기물이 분쟁지역 광물이 아님을 확인하는 것이다. 최근 다나카귀금속공업 등이 개별적으로 인증을 받았다. 소니와 파나소닉 측은 “유통과정이 복잡해 제품에 사용된 광물 원산지를 업체가 일일이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미국 분쟁광물(Conflict Minerals) 규제: 콩고, 수단, 르완다 등 인근 10여개 국가의 분쟁 지역에서 생산된 광물(텅스텐, 탄탈룸, 주석, 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이 지역 일부 세력들은 산업용 광물의 유통경로를 장악한 뒤 민간인을 강제 동원해 광물을 채굴하고 이를 팔아 무기 구입에 사용한다. 미국은 해당 광물 사용 여부를 증시 상장기업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해당 금속은 휴대폰, 가전, 자동차 부품 등 전자·기계 산업에 널리 사용돼 공급망체계(SCM) 안에 있는 각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