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어게인`을 외치는 새 정부 출범으로 벤처 생태계 활성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새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은 벤처 열풍 확산과 업그레이드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벤처 어게인 실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벤처 정책 개선 방향을 업계 핵심 벤처 유관기관과 벤처캐피털(VC), 대표 스타트업에서 들어본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문화 형성에 힘 써주기를 부탁한다. 국내 수많은 창업자가 한두 번의 사업 실패로 신용 불량자로 전락했고, 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리콘밸리 가장 큰 성공요인은 실패에 대한 관용 덕분이다. 유럽에서 빌 게이츠가 나오지 않는 이유로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에 있다고 유럽연합이 스스로 분석한 바 있다. 국내 많은 청년이 창업에 뜻을 품고 있다고 해도 선뜻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에 있다.
◇김일환 스톤브릿지캐피탈 대표=지식기반 산업 활성화를 위해 모바일 IT 혁명과 함께 시작된 청년창업 붐을 유지·발전시키는 것이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장기적 안목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창업 생태계 조성은 `30년 대계`라 할 수 있다. 과거 IT 버블이 꺼질 당시처럼 정부가 창업지원 축소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당분간 초기기업 투자 및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구도 마련도 중요하다. 글로벌 플랫폼 등장으로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용이해졌다. 하지만 이는 해외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과 새로운 창의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상호 협력하면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남민우 벤처기업협회장=글로벌 경제는 시시각각 변한다. 이러한 변화는 벤처기업에도 새로운 도전이다. 그동안 벤처가 성장해 온 길을 보면 어느 시기나 난관과 위기가 있었고,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 벤처기업 창의력과 기업가정신이 더욱 빛을 발했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는 기존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창조와 혁신으로 산업 선진국을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거래 관행이 공정해져야 하고 성장 정체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창업가가 아이디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엔젤투자자를 포함한 벤처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동시에 이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M&A)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 이런 인프라가 마련되면 창조적 벤처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박재욱 VCNC 대표=단순히 젊은이를 창업의 길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업은 취업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려줘야 한다. 대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줄었다고 해서, 창업을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 생각하면 위험하다. 창업가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고, 스스로 `왜 창업해야 하는지`와 `이 힘든 길을 걸을 준비가 돼 있고, 그럴 만한 비전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먼저다. 창업이라는 길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의미 있는 일인지 잘 설명해줘야 한다.
◇박희은 이음소시어스 대표=지난 정부의 지원 덕분에 대학생과 직장인 사이에 창업, 스타트업이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부상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토양에서 될성부른 나무를 알아보고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일이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하고 나선 정부인 만큼 벤처기업 성장이 코스닥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능성 높은 벤처기업이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을 희망한다.
◇심여린 스픽케어 대표=벤처와 중소기업은 대부분 상품 개발에서부터 마케팅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최근 중소기업청에서 중소기업 홈쇼핑 판매지원 협약을 체결한 것은 참 좋은 지원책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마케팅 및 유통판로를 지원해준다면 벤처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덕환 J무어파트너스 대표=창업가 대부분 준비가 부족하다. 지금 기획 중인 사업이 미래 먹을거리인지 정확히 모른다. 정부는 이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 간 인수합병(M&A)도 활성화된다. 우리는 소프트웨어와 기술 분야 경쟁력이 뛰어나다. 올바른 기술 트렌드 정보는 예비 창업가에게 큰 도움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새로운 벤처창업은 가벼운 창업이 돼야 한다. 과거에는 개발자가 모든 것을 했다. 가벼운 창업은 개발자가 잘하는 하나만 하고 나머지는 외부에 맡기는 것이다. 가벼운 창업이 촉진되는 세상이 바로 창조경제다. 혁신을 쉽게 만들어야 한다. 창조적 아이디어를 쉽게 구현해야 한다. 두 가지가 필요하다. 지식서비스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 결과를 남들에게 맡길 수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혁신 시장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다. 특허도 사고팔고, 디자인도 사고팔 수 있는 그런 시장이다. M&A도 이 시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유택 보스턴대 경영대학 교수=지금까지 정부 정책을 통한 기업가정신 활성화는 창업 지원이라는 단기적 결과물에 집중돼 왔다. 이 때문에 기업가정신 교육도 창업을 위한 기술적 측면에 편중됐다. 기업가정신 교육의 핵심은 어떻게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새로운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지다. 준비되는 않은 다수의 젊은이를 창업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근본적인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더욱 전문화된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이은정 한국여성벤처협회장=벤처 창업자의 열정이 식지 않게 지원해야 한다. 열정이 구체화되고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줄 때 제2, 제3의 혁신을 이루는 벤처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창업자와 기업인이 열정과 확신으로 창업과 경영에 몰입할 수 있도록, 창업 열정이 혁신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그리고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창업 준비 단계, 창업초기, 안정, 성장단계에 이르기까지 지속될 수 있는 벤처창업·성장 안전망 구축을 목표로 단계별 벤처 육성지원 정책의 큰 틀이 만들어지기 바란다.
◇이종갑 벤처캐피털협회장=2900까지 갔던 코스닥 지수가 지금은 500선에 그치고 있다. 5년 이내에 두세 배 상승해야 한다. 그래야 벤처생태계가 다시 살아난다. 벤처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연기금 관심이 절실하다. 감사원 감사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연기금이 감사를 받아 투자 담당자가 위축된다. 벤처투자는 벤처캐피털의 직감으로 이뤄진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회사를 서류로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 지금처럼 감사하면 투자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소프트웨어 가치를 인정받고 엔지니어가 대접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해당 서비스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아닌 투입된 인건비 기반으로 평가받고 있고, 학생들의 엔지니어 기피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핵심 인재가 지금처럼 의대로만 몰린다면 IT 강국의 꿈은 요원하다. 무형 자산인 소프트웨어 가치를 제대로 인정한다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M&A가 더 활발해질 것이고, M&A가 활발해진다면 더 많은 초기기업 투자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투자 환경이 좋아져 더 많은 인재가 소프트웨어 창업에 나설 것이다. 이런 선례를 보고 더 많은 인재가 소프트웨어 산업에 뛰어드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장흥순 서강대 미래기술연구원장=2000년 같은 우수 인재가 필요하다. 대기업에서 훈련된 사람이나 연구소, 대학 등에 있는 전문성이 뛰어난 질 좋은 인재가 창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검증 모델과 기술력 있는 기업이 상장되는 기술주 위주의 시장이 나와야 한다. 벤처 드림을 꿈꾸는 사람이 등장해 건전한 부를 창출하고 신뢰를 줘야 한다. 시작부터 끝이 나와야 우수한 사람이 유입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진희경 전국학생창업네트워크 회장=글로벌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이 많지만 이를 위한 환경과 교육은 부족하다. 글로벌 창업의 지름길은 해외 인력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혹은 가까운 중국·일본에 있는 창업자와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글로벌 모델을 만들기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외국 벤처기업에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