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술무역 수지 적자가 2007년 29억2500만달러에서 68억8900만달러로 2.4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술 수출액은 2007년 21억7800만달러에서 2010년 33억4500만달러로 53% 늘었으나 기술 수입액은 같은 기간 51억300만달러에서 102억3400만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적자폭을 확대했다.
새 정부가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 육성의 기치를 내 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세계 각국은 경제 불황 타개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과학기술에 주목한다. 최근 선진 각국의 과학기술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도 이런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작년 각종 선거를 치른 주요 국가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과학기술에 힘을 싣을 전망이다.
실제 오바마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는 `경제·에너지·기술 이노베이션`의 3대 축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 체제를 출범시킨 중국 또한 과교흥국(科敎興國) 전략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일본도 3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자민당의 아베 신죠 총리를 중심으로 전면적인 과학기술 정책 전환에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25일 취임식에서 “세계적으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기존 시장을 단순히 확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융합의 터전 위에서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 이를 전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창조경제를 구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31년 잠재성장률을 1%로 전망했다. 조사대상 34개국 중 33위로 가장 빠른 속도록 하락하며 성장 정체에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바로잡고 4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바로 최고, 최초, 유일의 과학기술이 기반이 돼야 한다는 점에 대한 이전 정부에서도 주요 화두였다.
지난 5년간 과학기술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200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3.36%에서 2011년 4.03%로 상승했다. 전체 정부 R&D 예산도 11조1000억원에서 2012년 16조원으로 증가했다. 정부 R&D 중 기초연구 비중도 25.6%에서 2012년 35%로 높아졌다. 특히 개인과 소규모 기초연구비가 2008년 3640억원에서 2012년 8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경제활동인구 1000명당 상근연구원은 2008년 9.7명에서 2010년 10.7명으로 증가했고 과학기술 일자리는 2006년 16.8%에서 2010년 19.2%로 늘어났다.
하지만 2011년 과학과 기술 경쟁력은 각각 세계 5위, 14위를 기록해 2008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미흡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민간의 연구개발(R&D) 투자위축 등은 우리 경제에 있어 뼈아픈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이제 우리 과학기술 정책이 4만달러 시대를 위해 변해야 하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추격형, 칸막이식 R&D 구조로 인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의 한계 직면했다고 진단한다. 지금까지 R&D가 첨단·고기술제품중심의 수출구조 형성과 주력산업(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발전에 기여했지만 원천기술 부족, 질적 성장구조 취약 등으로 인해 R&D가 과거와 같이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향후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에너지 부족·기후변화·재난재해·환경오염 등의 사회적 문제 대응을 위한 국가 R&D역할도 미흡하다. 특히 공급자 중심의 기술개발 추진으로 삶의 질 향상, 가치관 변화 등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는 더 부족하다.
과학기술도 미래 환경변화의 대응 및 이슈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과학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개량·추격형·칸막이식 연구개발에서 도전·창의형 과학기술, 기술과 지식의 대융합으로 지속성장에 기여해야 한다. 또 경제개발 중심에서 사회 및 글로벌 이슈 해결 역할도 확대해야 한다. 기존 과학기술이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작년 말 `함께하는 과학기술, 행복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공감을 위한 과학기술(과학기술+인간)` `공유를 위한 과학기술(과학기술+사회)` `공영을 위한 과학기술(과학기술+국가·세계)`을 주장했다. 창의적 성장사회, 인간중심의 스마트사회, 활기찬 건강사회, 지속가능한 청정사회, 걱정 없는 안전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 같은 비전과 목표 실현을 위해 산학연 전문가와 관계 부처 의견수렴을 통해 향후 15년 내외에 우리나라가 반드시 확보·육성해야 할 국가중점과학기술 158개도 뽑아냈다. 분야 별로 △가상증강현실기술 등 30개 기술(창의적 성장사회) △신개념컴퓨팅기술 등 34개 기술(인간중심의 스마트사회) △바이오에너지기술 등 40개 기술(지속가능한 청정사회) △유전체바이오마커개발기술 등 30개 기술(활기찬 건강사회) △지능형재난감시기술 등 24개 기술(걱정 없는 안전사회) 등이다.
과학기술계의 한 전문가는 “과학기술이 변화된 시대상황을 반영해야 하는 이유는 과학기술에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는 측면도 있지만, 경제적으로도 그 곳에 새로운 시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향후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새로운 진단과 방향설정, 그리고 막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