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일기업에서 배워야 할 교훈

일본 제조업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장인정신이다. 그런데 일본의 장인정신이 독일에서 건너온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900년 전후에 독일에서는 출세하려면 성직자나 군인·마이스터가 되는 길뿐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당시 마이스터의 생활수준과 사회적 지위가 높았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이 기계 산업으로 유명해진 것은 유능한 젊은이들이 마이스터를 진로로 꼽은 것도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로 들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독일이 가장 중요시한 것은 실기 중심의 교육제도다. 금속활자 개발로 유명한 구텐베르크도 금세공을 가업으로 하던 마이스터였다. 혹독한 기술연마 끝에 장인정신이 나올 수 있었다.

독일기업은 아직도 철저하게 기술위주의 제품을 만들어 제품으로 승부를 본다. 제품도 아웃소싱보다는 자체 생산체계를 갖춰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려는 게 독일기업이다. 대체로 단기적인 영업실적보다는 장기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영업실적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고객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다. 의외로 위임을 많이 하기보다는 직접 전후 관계에 간여하고 잘못되면 책임도 본인이 지는 게 독일 기업의 모습니다. 정년도 기본 65세고 임원은 69세까지 보장한다. 정년은 있지만 일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고용을 최대한 보장한다. 신뢰와 높은 도덕의식이 근저에 깔린 국민성을 가진 나라기에 가능한 일이다. 보쉬·지멘스·벤츠·BMW·포르셰·몽블랑 등이 세계 최고 기업으로 장수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장인정신을 기초로 한 제조업 경쟁력은 튼튼할 수밖에 없다.

올해는 한국·독일 경제협력의 물꼬를 튼 광부·간호사 파독 50주년이다. 1977년까지 독일로 건너간 광부와 간호사는 각각 7932명과 1만226명에 이르렀다. 이들이 한국에 송금한 급여가 오늘날 한국 경제의 종잣돈 역할을 한 셈이다. 한국과 독일은 이제 새로운 협력의 50년을 맞는다. 장인정신의 독일 제조업을 벤치마킹해 명품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