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水湖志)에 `복마전(伏魔殿)`이라는 말이 나온다. `마귀가 숨어있는 전각`이라는 뜻이다. 북송 인종 때 온 나라에 전염병이 돌았다. 왕은 용호산(龍虎山)에서 수행중인 도사 장진인에게 전염병 퇴치 기도를 부탁하기 위해 신하를 보냈다. 출타중인 장진인을 기다리던 신하는 `복마지전(伏魔之殿)`이라는 전각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문을 열고 비석을 파냈다. 그러자 비석이 봉인했던 108명의 마왕이 세상 밖으로 튀어 나왔다. 동앙판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다. 복마전은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는 악의 근거지`라는 의미의 고사성어가 됐다.
지난 2010년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판교테크노밸리를 찾았다.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입주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해 주기 위한 간담회 자리였다. 불황으로 막힌 자금 흐름을 ?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혹자는 전매제한 기간 단축을, 혹자는 임대비율 확대를 청했다.
그러나 목소리가 갈렸다. 입주기업의 요구를 또 다른 입주기업이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필지별 분양조건과 분양가격이 각기 다른 때문이었다. 어떤 필지는 조성원가에 분양된 반면 어떤 필지는 치열한 가격경쟁을 뚫어야만 분양받을 수 있었다. 분양가 차이는 최대 두 배까지 벌어졌다. 임대사업을 위해 비싼 가격을 치르고 분양받은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의 임대비율 확대를 반대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경기도는 내부 조율을 요구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아직까지 간담회를 다시 열지 못했다. 입주기업 의견이 모아지기는 커녕 경쟁만 한층 더 가열되고 있는 때문이다. 판교테크노밸리에 `복마전`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최근 도가 전매제한 원칙을 깼다. 이를 두고 말이 많다. 특혜를 준 것이라는 의혹도 나왔다. 효율성을 고려해 운영의 묘를 살린 조치라고는 하나 이는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판교테크노밸리는 개발 이익이 매우 큰 단지다. 알게 모르게 입주기업간 경쟁이 치열하다. 매물 이야기도 끊이지 않는다. 이번 조치가 복마전의 문이 열리는 단초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