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국 기술대국]창조과학, 노벨상을 꿈꾼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노벨과학상 근접 한국인 4인방

매년 10월, 세계 이목이 스웨덴 스톡홀름에 집중된다. 통상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일주일 에 걸쳐 6개 분야 수상자들이 속속 발표되는 이른바 `노벨상 시즌`이 열리기 때문이다. 상금으로 보면 우리 돈 13억원(800만 크로나). 생각보다 큰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노벨상, 특히 물리·화학·생리의학 등 3개 부문의 수상은 우리 과학기술계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로망`하다. 평화상은 지난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수상했다. 문학상도 시인 고은이 매년 후보자 명단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전체 노벨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과학 분야만큼은 후보군에 조차 한국인은 이름을 못 올리고 있다.

[과학강국 기술대국]창조과학, 노벨상을 꿈꾼다

[과학강국 기술대국]창조과학, 노벨상을 꿈꾼다
[과학강국 기술대국]창조과학, 노벨상을 꿈꾼다

◇노벨과학상, 왜 못받나

고인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세계 과기계의 추천이나 논문 게재 등 반드시 거쳐야할 일련의 과정이 있다”며 “통산 십수년이 걸리는데, 이 프로세스에 들어가 있는 한국인은 없다”고 말했다. 최소한 10여년 내 노벨과학상을 받을 한국인은 없다는 얘기다. 국내총생산(GDP) 순위나 국제교역 규모 등 일반적인 국격에 비해서도 우리나라는 유독 노벨과학상과 인연이 멀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노벨과학상을 한 번도 받지 못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멕시코,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터키 등 6개 국 뿐이다. 왜일까.

노벨 물리·화학상의 경우 기초과학분야에서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아직 후보군에 오를 만한 인물이 없다. 현재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로 손꼽히는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 물리학과 교수 역시 아직 공식 후보군에는 이름을 못 올리고 있다.

독일과 미국 등 노벨상 다수 수상 국가들은 정부가 창조적 기초원천연구 강화라는 과학기술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지속적 투자를 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벨 과학상 수상은 정부차원의 기초연구 중시정책과 지속적 투자, 오랜 기간의 연구업적이 누적된 결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연구개발(R&D)가 과거 경제개발 시대와 같이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진입 장벽이다. 미국의 지속적인 강세와 일본의 약진 등으로 신규 수상국이 나오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2004년 28번째 수상국이 되기까지는, 1979년 `파키스탄`의 수상에 이어 25년이 걸렸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어떻게 해야 받나

박영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매년 10월에만 반짝하고 마는 우리나라의 `노벨상 냄비 열기`부터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 유럽 등 기초과학 선진국들의 과학연구 지원은 철저하게 기초연구에 집중한다. 모방형 R&D가 아닌, 창의성 기반의 R&D체제의 확립이 시급하다. 기초과학 연구원 중심으로 국내외 우수 과학자를 결집시키고,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연구 수행과 우수연구성과의 창출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초과학은 연구 성과가 바로 실용화로 연결되지 않아 연구비 확보 등에 어려움이 크다. 기초연구 지원을 국가로부터 받더라도, 논문 발표실적을 중요시하는 등 단기적 성과주의 때문에 과학자들의 창의적 연구를 가로 막는다. 이런 가운데서도 표준연구원 등 국내 과기계는 7개 국제단위계 가운데 유일하게 물리적 상수로 정의돼 있지 않은 `질량`을 새롭게 정의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게 성공한다면 노벨상 수상을 `드라마틱하게`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노벨과학상 프로젝트 지원

최근 삼성그룹의 노벨상 수상 지원을 눈여겨 볼만하다.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뒷받침할 창의적인 미래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10년간 총 1조5000억원 규모를 출연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게 삼성의 의지다. 물리, 화학, 생명과학, 수학 등 4개 기초과학분야에서 미래 노벨과학상 수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무엇보다, 참신하고 잠재력 있는 신진·중견급 연구자와 노벨상 수상에 근접한 혁신적인 리더급 연구자를 응모 및 지정 방식으로 지원한다.

1단계로 5년간 2500억원을 투입해 대학 교원, 국공립 연구소 연구원 및 기업 연구원(대기업 제외) 등을 대상으로 약 100∼200개의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과제를 선발해 집중 지원한다. 독창적 소재기술 발굴·설계에서 가공까지 전 가치사슬의 연구와 상용화 지원도 추진된다. 예를 들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이론적 한계 용량을 뛰어넘는 새로운 물질연구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재단은 또 특정한 산업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ICT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신시장을 개척할 창의적인 기술, 제품 및 서비스를 위한 연구과제를 폭넓게 발굴해 지원하기로 했다. 재단은 6월 프로그램을 공지해 7월까지 과제를 접수하고 10월까지 과제를 선정해 11월부터 본격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다.


최근 3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 기관(단위: 명)

삼성의 노벨상 프로젝트

노벨과학상 근접 한국인 4인방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