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부 A과장은 불시에 `검문`을 당했다. 국무총리실 직원으로부터다. “오늘 점심 누구랑 뭐 먹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유는 민원인과의 접촉이 지나치게 잦다는 것. A과장은 “8000원짜리 점심을 기업 관계자와 먹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수첩]공무원과 민원인](https://img.etnews.com/photonews/1306/442209_20130619133835_996_0001.jpg)
흘러나온 전언을 종합하면 사정은 이렇다. A과장은 최근 ICT 분야 중요한 현안 중 하나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각종 민원인들의 만남 요청이 잦았다. 민원인이 미래부가 위치한 정부 과천청사에 출입하려면 고객방문센터로 가서 자신이 찾아온 부처와 공무원 이름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해당 공무원의 확인을 받은 뒤 방문증을 발급해 준다. 방문증을 받은 민원인은 미래부가 위치한 4동 건물 로비에서 공무원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 함께 들어가야 한다.
상당히 삼엄한 이 과정 중에서 민원인의 방문을 받은 공무원은 여러 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우선 민원인이 써낸 방문요청에서 이름이 남는다. 그리고 민원인을 데리고 들어올 때도 출입카드를 찍는다. 공직복무 분야를 담당할 것으로 추측되는 국무총리실 직원은 공무원들의 민원인 접촉과 관련한 데이터를 모두 집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A과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실 기업 관계자와 밥 먹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주의하도록 하라.” 이후 A과장은 중요한 현안에도 불구하고, 민원인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게 됐다.
중앙부처 조직에서 과장은 `공무원의 꽃`으로 불린다. 대부분 바늘구멍이라는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주무 사무관·서기관을 거쳐 실무 일선에 서 있는 전문관료들이다. 정책 결정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들이 `유착`에 대한 위험 때문에 민원인과의 만남을 삼가게 되는 것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소통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비리는 철저히 감시하되, 소통은 적극 장려해야 한다.
시골 치안센터처럼 돼 있는 정부청사 각 동 1층의 민원인 대기실을 좀 더 밝고 화사하면서도 대화의 보안이 유지되도록 꾸미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이미 대부분 앞선 기업들은 그런 만남의 장소를 운영하고 있다. `자주 만나지 말고 밥 얻어먹지 마라`는 엄포보다 오히려 공무원과 민원인의 만남이 깨끗하고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어떨까.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