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회사채 시장 '꽁꽁' 얼어붙었다

`버냉키 발언` 후폭풍으로 국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난주 CJ· 우리금융 등 우량기업까지 회사채 매각에 실패한 데 이어, 이번 주 최고 신용등급을 가진 KB금융까지 발행을 연기하고 한국은행마저 통화안정채권 전량 매각에 실패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회사채 중 최고 신용등급을 가진 KB금융은 오는 28일 회사채 3500억원을 발행하려고 했으나,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발행을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KB금융은 증권사와 계약을 체결해 회사채 수요조사까지 실시했다가 발행을 미뤘다. 이는 채권 시장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지난 19일 연 3.02%였던 국고채 5년물 금리는 24일 연 3.43%로 3거래일 동안 0.41%포인트나 뛰어올랐다. 당초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마련해 ING생명이 보유한 KB생명 지분 49%를 인수하려 했던 KB금융은 자체 현금과 단기 기업어음(CP)으로 자금을 조달키로 했다.

24일에는 한국은행이 통화안정채권 1년물 1조원과 91일물 1조4000억원 어치를 발행했으나, 1년물은 6500억원, 91일물은 1조2400억원 매각에 그쳐 전량 매각에 실패했다.

앞서 지난주에는 우량기업인 CJ와 우리금융 계열사마저 회사채 매각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용등급 `AA-` 우량기업인 CJ헬로비전은 회사채 1500억원 어치를 매각하려고 했으나, 기관투자가의 매수 부진으로 200억원 매각에 그쳤다. 우리금융 계열사인 우리F&I는 2300억원 어치 매각에 나섰으나 300억원을 매각하는 데 그쳤다. 두 기업을 합쳐 3800억원의 발행 물량 중 3300억원(87%)의 매각에 실패한 셈이다.

이는 전주(6월 10~14일) 5000억원의 회사채 물량 중 매각에 실패한 물량이 3천100억원(62%)에 달했던 것에 비해 미매각 비중이 더 늘어난 것이다. 한마디로 이달 들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취약업종의 회사채 시장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이달 초 연 6.2%대였던 해운업종 회사채의 금리는 최근 연 9.1%까지 뛰어올랐다. 조선업종 회사채 금리도 같은 기간 연 5.9%에서 연 7%대로 뛰어올라 사정은 마찬가지다.

더구나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20조원 가량에 달한다. 이중 발행이 쉽지 않은 `A`급 이하 회사채가 10조원, 건설·해운·조선 등 취약업종의 회사채 만기가 4조7000억원에 달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