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M 사업 첫 실패 사례 등장…KCC, CZ 공법 사파이어 잉곳 개발 중단

국내 소재 산업을 세계 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가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해온 `세계시장 선점 10대 핵심소재(WPM)` 사업에서 첫 실패 사례가 나왔다. 10개 과제 가운데 사파이어단결정사업단 소속 KCC가 사파이어 잉곳 성장(그로잉) 기술 중 하나인 `초콜라스키(CZ:Czochralski) 공법` 제품 생산에 실패하면서 WPM 사업에서 중도 탈락했다. WPM 사업에 대한 철저한 중간 점검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향후 사파이어 잉곳 기술 주류도 기존 `키로풀로스(KY:Kyropoulos)` 공법과 `수직수평온도구배(VHGF) 공법`이 대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1단계 WPM 사업 사파이어단결정사업단 평가에서 KCC가 개발한 CZ 공법 사파이어 잉곳 기술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리고 지원을 중단했다. KCC는 사파이어 잉곳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LED 시황이 좋지 않아 일단은 시장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일 뿐”이라고 말했다.

KCC는 지난 2010년부터 6인치 이상 대구경 사파이어 잉곳을 CZ 공법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 2011년 양산을 목표로 연구개발(R&D)을 추진해왔다. 경기도 안성에 약 11만평 규모 공장 부지까지 확보해 신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졌고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기에는 기술 장벽이 컸다.

KCC가 CZ 공법 잉곳 개발을 중단하면서 정부의 WPM 2단계 사파이어단결정사업단은 사파이어테크놀로지가 개발 중인 VHGF 공법과 한솔테크닉스의 대구경 사파이어 기판 개발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예산도 대폭 줄었다. 정부 출원금은 지난해 71억8200만원에서 46억8000만원으로 깎였다. 정부가 지난 3년간 연구개발(R&D) 예산으로 KCC에 지원한 금액은 지난해까지 약 41억원이다.

핵심 국책 과제를 실패한 데 따른 제재는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단 목표로 한 평가 기준은 맞췄고 LED 시황이 급변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CZ 공법은 실리콘 잉곳 생산에 사용됐던 공법을 일본 후쿠다연구소가 사파이어 가공에 응용한 기술이다. 현재 주류인 KY 공법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결정 지름이 커 생산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실제로 양산에 성공한 업체는 드물다. 장비도 일본에서 생산하는 이리듐 도가니만 사용해야 해 제약이 있다. 이리듐은 대표적인 희토류 금속이어서 가격이 계속 상승해왔다. 반면에 사파이어 잉곳 가격은 2인치 기준 1㎜당 지난 2012년 최고 20달러 이상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는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사파이어 잉곳 가격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더라도 이리듐 도가니를 써야 하는 CZ 공법은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사파이어 잉곳 성장 기술도 VHGF, KY 2강 체제로 굳어지는 추세다. OCI가 열교환법(HEM)을 도입해 잉곳을 개발했지만 이 방식이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획기적인 소재나 기술이 나오지 않는 VHGF 공법을 쓰는 한국의 사파이어테크놀로지와 KY 공법 선두 업체인 미국 루비콘, 러시아 모노크리스털이 사파이어 잉곳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회사는 전 세계 잉곳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