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엘시디, 디스플레이 불황에 결국 '부품 생산 중단'

LCD 백라이트유닛(BLU) 전문업체 태산엘시디가 부품 생산을 중단했다. 회사는 지난 1994년 노트북PC용 BLU를 국내 처음 개발한지 20년, 매출 1조원 벤처기업이 된 지 3년 만에 기로에 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태산엘시디(대표 최태현)는 이달 들어 자회사인 중국 태산과기유한공사의 BLU와 액정표시장치모듈(LCM) 생산을 중단했다. 지난해 4월 중국으로 모두 이관한 회사 부품 사업을 사실상 휴점한 것이다. 회사는 당분간 TV 사업만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생산 중단은 전체 부품 사업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삼성디스플레이 공급량이 최근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수년간 BLU를 합친 모듈 대신 디스플레이 셀만 공급하는 형태로 사업을 전환해왔다.

업계는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의 모듈 생산량이 작년의 4분의 1가량으로 축소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시황 악화로 지난달부터 삼성디스플레이가 급격한 재고 조정에 착수하면서 BLU 발주량은 추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태산엘시디가 추진하고 있는 회사 매각 작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회사는 수년전 대규모 키코(KIKO) 피해 영향과 실적 악화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 왔다. 현재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인수합병(M&A) 절차를 추진 중이다. 자문사는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지난 9일 마감하고 이후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인수 의향을 밝힌 업체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태산엘시디는 주 고객의 추가 발주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고 TV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후 부품 사업 재개는 신규 고객 및 신제품 수주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태산엘시디의 TV 사업은 `반값TV` 열풍이 분 지난해부터 시작한 신규 사업이다. 30인치와 40인치 초반 두 모델을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이다. 올해 저가 TV 인기가 식으며 최근에는 기업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B2B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량을 유지할 수 없어 잠정적으로 부품 사업을 중단하며 매출 급감으로 인한 단기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TV 사업과 신규 고객사 발굴 등을 비롯해 M&A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