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9월부터 클리어쾀 시행…위성방송·IPTV 반발 주목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케이블방송을 볼 수 있는 `클리어쾀 TV` 서비스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이르면 9월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가입자 이탈 우려로 클리어쾀 도입에 반대해온 위성방송과 IPTV 사업자의 대응이 주목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9일 `케이블방송 저소득층 아날로그방송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워크숍`을 열고 클리어쾀 TV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재범 미래창조과학부 디지털방송정책과장은 “8월부터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저소득층 가입자의 신청을 받는 등 클리어쾀 서비스를 시청할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9월 중순에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의 클리어쾀 TV 서비스는 당초 미래부 성과 목표로 6월 말까지 시행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케이블을 제외한 유료방송사업자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국내 아날로그 케이블 방송 가입자를 900만명으로 추산했다. 이 중 약 156만명은 기초생활수급권자, 시청각장애인, 차상위계층 등의 저소득층으로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료 자발적인 전환이 곤란한 디지털 소외계층이다.

한상혁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기술팀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정한 지상파 디지털 전환 시 저소득층의 디지털TV 구매비율은 10%”라며 “클리어쾀이 적용되면 디지털 전환이 예상되는 아날로그 케이블 저소득층 가입자는 약 16만 가구에서 25만 가구”라고 설명했다.

클리어쾀 TV가 도입되면 저소득층은 기존에 지불하던 아날로그 케이블 요금으로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다. 그러나 IPTV, 위성방송 등 타 유료방송매체는 `저가 디지털 의무 상품의 고착화 우려` `특정사업자에 대한 특혜`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신중현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사업협력부장은 “저가 유료방송 시장의 고착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준배 KT스카이라이프 정책협력팀장은 “케이블 사업자는 영업이익이 20%가 넘고, 초고선명(UHD)에도 7000억원을 투자한다”며 “클리어쾀 서비스가 16만 가구에만 적용된다면 이 비용을 돌려 자구적으로 해결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한상혁 케이블협회 팀장은 “서비스 대상을 저소득층으로 한정해 저가 유료방송 시장 고착화 우려가 거의 없다”며 “아날로그 가입자로 남아있는 시청자가 현실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하자는 게 클리어쾀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클리어쾀 TV에서 디지털로 나오는 채널은 지상파, 공익·공공채널, 보도·종편, 홈쇼핑 채널 등 25개 내외로 정할 계획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은 지난 2003년 연방통신위원회(FCC)에서 고선명(HD)TV의 플러그앤플레이 협약을 승인했다.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 시청자가 케이블에서 디지털 신호를 받아 HD방송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협약 효과로 HDTV 서비스 위주의 디지털방송 시장이 조성됐다. FCC는 2011년 1억 유료방송 가입자 중 클리어쾀 요금 가입자는 62만명(0.6%)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법(안)`에는 클리어쾀을 케이블 사업자가 도입할 경우 정부가 그 대상을 저소득층에 한정할 수 있게 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클리어쾀(Clear QAM): 암호화하지 않은 디지털 TV 방송을 전송하고 수신하는 체계다. 말 그대로 `쾀(QAM)이 없는` 디지털 방송을 구현한다. 복잡한 주파수 변조기술을 쓰지 않아 셋톱박스가 없어도 저렴하게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단 주문형비디오(VoD)와 같은 양방향 서비스가 되지 않으며 위성방송과 IPTV는 클리어쾀 방식으로 시청할 수 없다.